[사설] 학폭 재판 변호사 불출석 패소...사법체계 전반 손질해야
2023-04-09 대경일보
더욱이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는 "몸 아파서···날짜 잘못 적어놔 못 갔다"라는 말도 안되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패소 사실조차 유족이 묻자 뒤늦게 알려져 우리나라 사법 체계 전반을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폭으로 인해 자녀를 잃은 어머니는 변호사의 황당한 업무 해태로 자녀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민사 책임을 묻지 못하게 돼 이차 삼차 가해를 당한 처지가 됐다.
따라서 제2, 제3의 '권경애'로 인해 향후 우리 사회에 사법 불신이 만연해지고, 피해자가 불가역적 피해를 확정 당할 수 있는 만큼 변호사·판사·검사·경찰 등 사법 종사자들의 부작위에 의한 사법상의 과오를 제도적으로 방지하고 엄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법 피해를 당한 학부모 A씨의 딸 B양은 중·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가해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된 B양에 대한 괴롭힘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고도 계속됐다. 철저히 소외됐던 B양은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A씨는 딸이 숨진 이듬해 서울교육청, 학교법인, 가해 학생 부모 C씨 등 38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권경애 변호사 외에 사법상의 문제는 하나 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가해자·피해자 없음'이란 결론을 내리는가 하면, 중학교 때 B양을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욕설한 학생 몇 명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사건을 축소했다.
어쨌든 손해배상 소송의 대리를 권경애 변호사가 맡았고, 지난해 2월 1심에서 가해 학생 중 1명의 부모를 상대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A씨는 나머지 가해자에게도 책임을 묻겠다며 지난해 5월 항소했지만, 결국 어이없는 패소를 당했다. 패소 사실을 몰랐던 A씨가 상고하지 않았고, A씨가 승소한 부분조차 저절로 패소로 확정됐다.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딸을 두 번 죽인 것이며 자식 잃은 어미의 가슴을 도끼로 찍고 벼랑으로 밀었다" A씨는 절규했다.
학폭으로 딸을 잃고도 사법 종사자들의 중대한 과오로 인해 이중 삼중 고통에 내몰리는 부모의 억울한 경우가 우리나라에 다시는 재발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