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운명 가를 법원 결정 초읽기…쟁점은
16·17일 항고심 재판부 결정, 본안 판단 가능성↑
2024-05-15 권영진 기자
의대 증원 확정 여부를 가를 항고심 법원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성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16·17일 중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번 판단에 따라 적어도 올해 의대 증원 여부는 확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행정지 신청 사건 항고심은 의과대학 교수, 대학병원 전공의, 의대 재학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함께 신청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원고의 '당사자 적격'을 문제 삼으며 집행정지 신청 자체를 각하했다.
행정소송법상 취소소송은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시할 수 있는데, 정부의 의대 증원 처분은 각 대학을 상대로 한 것으로 '제3자'인 교수나 학생 등이 주장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거나 전문적인 수련·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등의 이익이나 경제적 피해는 일반적·간접적·추상적"이라며 "신청인들에게 관련 법규에 의해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항고심 쟁점 역시 원고의 당사자 적격성 여부가 선행되며, 당사자 적격성이 인정돼야 재판부가 추후 내용과 절차에 대한 판단에 돌입하게 된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원고 적격성을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심문에서 "모두에게 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가가 의대 정원을 증원하는 경우에는 다툴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라면서 "그런 국가의 결정은 사법적으로 심사·통제할 수 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당사자 적격을 확대해 적용할 것을 암시하는 한편 재판부는 정부에 의대 증원 처분과 관련된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안건과 회의록,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49개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런데 제출한 자료 내용을 둘러싸고 의사단체들이 정부의 자료제출 과정에서 말바꾸기에 대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며 공수처에 재판방해 혐의로 고발하기도 하는 등 갈등이 극에 달했다.
따라서 의사단체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가 각하 혹은 기각될 경우 사실상 증원이 확정되고, 인용될 경우 올해 내년도 입시에 증원 반영은 불가능해지게 된다.
재판부는 이런 점까지 염두에 두고 양측이 제시한 자료 등을 신중히 검토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 재판부가 1심과 달리 원고 적격성을 인정할 경우, 다음 쟁점은 집행정지의 핵심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와 '공공복리 영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인한 손해 우려에는 실체가 없으며, 오히려 집행정지가 인용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집행 정지가 인용될 경우) 본안 판단 시까지 대입 정원이 계속 유동적인 상태가 될 수 있어 수험생·학부모 등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상황이 우려된다"라며 "현재 증원 추진이 불발될 경우 향후 수십년간 의사 증원 등 의료개혁이 좌초될 우려도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청인들의 주장만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인해 신청인들에게 지금 당장 어떠한 손해가 예상되는지 알기 어렵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반면 신청인 측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2000명 증원을 수용하는 것은 현재 교육 여건상 무리이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 등으로 큰 손해를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청인 측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는 의료 현안 협의체와 증원 규모에 대한 협의는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비과학적 방법에서 도출된 2천명 여론몰이에 매진함으로 현 사태를 일으켰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