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거부권 신중해야"vs정진석 "여야합의 입법을"

빈손으로 찾아간 의장 취임 예방에 핀잔준 의미

2024-06-10     강병찬 기자
▲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10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첫 대화부터 날 선 공방을 벌였다. 국회의장 취임에 대한 인사 차 대통령 비서실장이 예방한 자리였지만 첫 대화부터가 직격탄이었다.

정 실장이 우 의장 취임인사를 가면서 (정치적) 선물 하나 없이 찾아온 데 대해 여러 사람 앞에서 핀잔을 주고 빈손으로 돌려보낸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 취임 축하 인사차 예방한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의 거부권 사용은 좀 더 신중해야 한다"라는 말로 인사를 건넸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정 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을 만나 "삼권분립을 위해서는 법안들이 헌법을 위배하거나 대통령의 헌법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거부권의 사용을 좀 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이것이 국회를 위해서도, 정부를 위해서도,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바른길"이라며 "이런 말씀을 대통령님께 잘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우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재고해줄 것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공포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야가 더 머리를 맞대고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까지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며 "여야 합의를 통해서 법안을 성안해내는 노력을 밀도 있게 기울여야 한다"고 답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들이 모두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이며, 또 다시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정 실장은 또 "우 의장님께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할 때 조정의 역할을 잘 해주셔서 정치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회의장의 중립의무를 강조해 우 의장의 향후 친정집을 향한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로 읡힌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우 의장을 예방해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 국회법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화와 타협의 기본 정신을 조금 더 중시하고 민주당 일당 독재처럼 흘러가지 않도록 살펴달라"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 비교섭단체 몫에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며 개혁신당 의원을 운영위에 배치하는 등 "납득 가능한 수준의 조치"가 없으면 이날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전했다.

국회운영위는 대통령실에 대한 감사권을 갖는 한편 제반 안건을 심의해 최종 상정하는 것을 결정하는 만큼 법사위와 함께 '상원'으로 불리는 상임위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