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칼럼] 국제정세 이해하며 젠틀한 정치체계 이뤄야 남북통일도 가능

구자문 한동대 교수

2024-08-04     대경일보

한반도에 존재하는 나라는 대한민국 (Republic of Korea)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며 남한과 북한으로 불리기도 한다. 모두 같은 한국인이고,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와 전통을 지녔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과 사상적 다툼의 영향으로 남북이 갈리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고, 지금까지 분단 상황으로 지내고 있다. 1945년 이후 미군과 소련군이 남북으로 주둔하게 되고 신탁통치가 이루어 진 것은 우리의 원함이 아니라 제2차세계대전 종결을 앞둔 강대국들의 협약에 의한 것이었다. 그후 1948년 남한에서나마 대한민국이 세워지기까지 수많은 얽혀진 이야기들을 한 두 페이지 칼럼에 담기는 힘들다.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당시 남한에서라도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세워진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당시 통일된 국가 수립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자칫하면 스탈린의 지령을 받는 공산주의 국가가 탄생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때 많은 이들이 자유를 찾아 남으로 왔지만 그후 소련에 의해 38선이 가로막혀 왕래가 금지되었다. 그후 우리나라는 소련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침공으로 3년여에 걸친 전쟁 동안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했다. 다행히 풍전등화 같던 대한민국이 낙동강전선을 보루로 잘 싸워 빼앗긴 땅을 수복하고 북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후 중공군의 참전으로 서울을 다시 빼앗기는 등 고전하다가 휴전을 하게 된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산업을 발전시켜 세계사에 찾아보기 힘든 압축성장을 통해서 경제규모 세계 10위의 선진국이 되었다.

하지만 북한의 동포들은 공산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하고 있다. 핵무기를 갖추고 있고 남침을 위한 전쟁준비에 재정과 시간을 쏟고 있지만, 국민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다. 이들의 공산주의 일당독재체제, 다른 공산독재국가와도 다르게 김씨일가를 신격시하며,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세계와 단절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어렵게 탈북을 하는데, 중국 등지에서 많은 고생을 하다가 몇 년 후에나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요즈음은 고위층들도 탈북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러한 탈북현상은 여러 경로로 전해지는 자유세계와 대한민국의 소식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통제가 심하다고 해도 앞으로는 북한 내부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될 것으로 본다. 고위층 간의 파벌싸움이 크게 벌어질지도 모른다.

언제나 우리 모두가 바라는 남북통일이 언제나 이루어질까? 북한이 어떤 이유로 허물어지거나 지도자가 사망하면 남북통일이 이루어질까? 이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남북이 각각 다른 국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그 연고권을 주장하기 힘들 수도 있고, 우리가 먼저 북진하여 점령하기 전에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국군이 먼저 진군하여 차지할 수도 있고, 러시아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서, 또 다른 전쟁 아닌 전쟁판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각자 차지한 영토를 통치하게 될 것인데, 우리 민족이 일심으로 단결하여 통일을 원하더라도 그 기대가 쉽게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며, 더욱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나 국제상황에 따라 통일이 이루어질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저개발국가형 정치논쟁과 사상논쟁이 그 끝이 보이지 않게 지속되고 있는데, 남북분단/6.25전쟁, 자본주의/사회주의 논쟁, 친중/반중 논쟁, 반일/항일 논쟁 등의 굴레에서 언제나 벗어나게 될까? 북한이 붕괴되는 순간에도 서로 다투다 통일의 기회를 놓칠 것 같다.

우리 모두는 통일을 원하고 압제에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을 구출해야 한다. 우리는 가능하면 전쟁 없이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데, 국민 모두가 한마음로 통일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원한다면, 일정기간 신탁통치를 하던 말던 통일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얼마 전 동네 분들과 차 한잔하는데, 갑자기 한 분이 탈북 귀순한 지 오래된 꽤 알려진 사람과의 친분을 말하며, 그분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 이야기하는데, ‘북은 항일이고 남은 친일이다’는 프레임으로 남북분단과 6.25를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일부 정치권에서도 그러한 프레임 하에 논쟁을 계속하고 있음을 안다. 6.25가 남한의 친일로 인해 남침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인가? 전쟁 준비에 광분하고, 일인 공산독재를 유지하며, 많은 이들을 학살하는 체제를 반일/친일 프레임으로 설명하겠다는 것인가?

이는 중국 및 미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것도 마찮가지이다. 지금 국제정치 상, 그리고 우리나라의 상황 상 일당독재 사회주의 국가, 정적과 독립을 꾀하는 소수민족들을 투옥하고 죽이는 중국의 편을 드는 게 맞는 것인가? 우리나라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 하에 북한으로부터의 침략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경제발전을 이루어 낸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과도 정경분리 원칙 하에 경제적인 네트워크 하에 호혜적인 발전을 이루어 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 미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규탄하고 지나친 팽창을 막으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중국 편을 들어야 하고 북한이 핵 개발 및 침략 의지가 없음을 선전해야 하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각자 자기 사는 지역에 대한 관심은 커도, 국제적인 상황에는 무심한 성향도 있다. 또한 남북분단, 6.25 참상, 남북갈등, 이데올로지 관련 갈등 등에 관해서도 잘 알지 못하고 이말 저말에 휩쓸리는 것도 같다. 정치권도 국내외 역사와 정세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대화와 설득을 바탕으로한 젠틀한 정치체계를 이루어야 국가가 발전하고 남북통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