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숨은 의미

2024-10-14     대경일보
한강 작가가 지난 10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한민국 작가 중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중 최초로서 우리나라의 국격과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널리 휘날렸다.

이로 인해 출판계와 서점가에 새로운 열풍이 불고 있다는 점도 굉장히 긍정적이다. 한강의 이번 수상은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의의 말고도 그 이면에 상당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연세대 국문과 출신의 한강은 저항시인 윤동주의 후배다. 윤동주는 천재적인 문학성을 가졌음에도 일본 감옥에서 옥사하는 비운을 맞았다. 윤동주의 순국은 해방의 밑거름이 됐다.

한강도 부도덕한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기록되는가 하면 교육청 금서 목록에 오르는 등 적잖은 탄압을 받았다. 수상 후에도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은 한강과 그의 작품에 대해 대놓고 폄훼하는 상황이고 보면 그릇된 이념에 오염된 우리 문학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이전에 군사독재를 청산하고 기본적으로 민주화가 이룩됐다. 결국 우리나라의 높아진 국격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담보했다고 여겨진다.

한강은 2015년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해당 작품은 소설집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였다. 이 작품이 이번 수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도된다.

이 대목에서 살펴볼 것은 '번역' 문제다. 우리나라 문학 전반이 높은 수준에 이르러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노벨상과 거리가 있었던 것이 번역 때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바다.

정부는 개발과 경제 문제에 예산을 과도하게 집중하면서도 문학적 기초와 저변 확대에 무척 소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앞으로 '문화 강국' 창달을 위해서는 문화 관련 예산을 늘리고, 특히 수준과 교양을 갖춘 전문 번역가를 적극 양성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한강이 작품을 통해 화두로 던진 '차별과 혐오'에 대한 국가적 극복 과제다.

지역,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는 진정한 민주·인권 선진국의 반열에 들 수가 없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추진해 성공한 경제부흥도 한낱 물거품이 되고, 되려 다수 국민을 괴롭히는 괴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한강의 노벨상 수상은 고사위기에 처한 출판계와 서점가를 부흥시키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허구한 날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현실 속에서는 결코 밝은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