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최근 10년간 항공기 사고 67건·사망자 59명

단 한 번 사고로 179명 사망 추정, 3배 넘어

2024-12-29     강병찬 기자
▲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소방당국이 출동,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2216편이다. (연합뉴스)
- 다른 동체 착륙과 비교해 충돌과 화염으로 '대참사' 발발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국적 항공기에서 총 67건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해 5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여객기 사고 사망자는 179명으로 추정돼 지난 10년간 총수의 3배에 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2023 재난연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국적 항공사의 '항공기'(비행기·헬기) 사고는 총 67건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59명, 73명이다.

가장 많은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2020년(14건)이었고, 2021년(13건), 2018년(9건), 2016년(7건) 등에도 사고가 많았다.

2016년 9명이 사망했고, 2018년, 2020년, 2021년, 2022년에 각각 8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2015년 20명, 2018년 18명, 2020년 14명 이었다.

비행기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은 조종사 과실이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항공·철도사고 사례집'에는 2013∼2022년 발생한 '비행기' 사고·준사고 65건 가운데 52.3%(34건)가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어 부품결함, 난기류가 각 6.2%였고, 시설관리 4.6%, 엔진 결함 3.1% 순이었다.

비행기의 운항단계별로 보면, 착륙단계 43.1%, 순항단계 23.1%, 접근단계 10.8%, 지상활주단계 9.2%, 이륙단계 7.7% 순으로 착륙 단계 사고가 단연 많았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행한 여객기 사고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동체착륙'에 대한 다른 나라의 사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체착륙은 랜딩기어가 작동이 되지 않을 때 비행기 몸체를 직접 활주로에 닿게 해 착륙하는 방식으로 '배꼽착륙'이라고도 한다.

동체와 활주로의 마찰로 속도를 줄여 정지하는 방법으로 마찰열이나 충돌 충격으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통계에 따르면, 2005~2023년까지 8년간 발생한 항공 사고의 53%가 착륙 과정에서 발생했다.

2003∼2023년까지 호주 교통안전국(ATSB)에 접수된 자료에 따르면, 상업용 여객기의 동체착륙은 이 기간 78건이 시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국제특송업체 페덱스가 운영하는 보잉 767 화물기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랜딩기어 이상으로 동체착륙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조종사는 화물기 앞바퀴가 내려오지 않자 관제탑에 비상착륙 허가를 요청해 뒷바퀴만으로 동체착륙했으나 조종사 2명은 모두 무사했다.

2022년 6월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126명이 탄 여객기가 착륙 중 랜딩기어 손상으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이로인해 화재가 발생해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2022년 1월에는 국내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가 바퀴가 펴지지 않아 서산기지에 동체착륙한 일도 있었다.

당시 조종사는 무사했으며, 사고 조사에서 좌측 엔진 흡입구 쪽에 '조류 충돌'(Bird Strike)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류 충돌은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 날개를 휘게 하는 등 고장을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2019년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우랄항공 소속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해 동체착륙을 시도해 탑승객 230여명 중 70여명이 부상했다.

2018년에는 이란에서 노후한 케슘에어 소속 여객기의 바퀴 한쪽이 내려오지 않아 동체착륙이 시도됐다. 2016년에는 중동 에미레이츠항공 소속 여객기가 두바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2002년에는 한국 관광객 등 47명을 태운 필리핀 항공기가 랜딩기어 작동불능으로 마닐라 공항에 동체 착륙했다.

다행스럽게도 세 사고 모두 승객과 승무원은 무사했다. 그러나 이번 무안공항 항공기는 동체 착륙을 하다가 공항 끝단 외벽을 들이받으면서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제보 영상을 보면,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무안공항 활주로에 착륙할 당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에서 동체 바닥이 활주로에 그대로 닿은 채 약 10초간 직진, 질주하던 여객기는 그대로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끝단 외벽을 들이받고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