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선관위 감사 위헌"…감사원은 "선관위 채용비리"

2025-02-27     권영진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관련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연합뉴스
헌재 "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포함 안돼"…권한쟁의 인용
"감사원 직무감찰, 선관위 독립성 훼손·위헌"…재판관 만장일치 결정
감사원 "고위직 자녀 합격에 일반 응시자 탈락"…선관위채용 비리 적발

감사원이 서울선거관리위원회 등 7개 시도 선관위 가족·친척채용 청탁을 둘러싼 감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감사원은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감사원이 선관위를 상대로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에 관한 직무감찰을 벌인 것은 위헌·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현행 헌법 체계하에서 대통령 소속하에 편제된 감사원이 선관위에 대한 직무감찰을 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선관위의 공정성,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될 위험이 있다"며 "이는 대통령 등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선관위를 독립적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 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제외 대상을 '국회, 법원 및 헌재에 소속한 공무원'이라고 규정한 감사원법 24조 제3항과 관련해선 "해당 조항은 예시적·확인적 규정에 불과하다"며 "해당 조항이 선관위 소속 공무원을 직무 감찰 제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선관위가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직무 감찰은 헌법 및 법률상 권한 없이 이뤄진 것으로서 위헌·위법한 직무감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 결정과 관련 감사원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감사원법의 입법 취지와 연혁,선관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관행,선관위의 현실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우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의 판결문 내용과 취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향후 선관위 감사 범위와 대상을 정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감사원은 이날 헌재 선고 직전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등 인력관리실태’ 감사결과를 공개하고, 선관위 인사담당자들이 다양한 위법·편법적인 방법으로 합격시키거나 특정인을 특혜·배제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7개 시도선관위를 상대로 한 감사 결과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가족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 특혜 채용은 주로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발생했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 걸쳐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 채용을 청탁했다.

경북선관위의 경우 한 계장은 노골적으로 전 선관위 직원의 자녀가 채용될 수 있도록 밀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지원했는데도 서류전형 위원에게 '문제 없다'라며 합격을 유도하고, 다른 응시자에게는 '자격이 안 된다'고 알려 불합격을 유도한 것이다.

감사원은 선관위의 가족·친척채용 청탁과 면접점수 조작·인사 서류 조작 등 다수의 비위를 통해 특혜 채용을 진행한 내용을 적발하고 총 32명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