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의 아버지 두봉 주교 하느님 품에 안기다
안동 주교좌성당서 장례미사 봉헌…"삶 자체가 사도행전"
| ▲ 두봉 주교가 2023년 6월 6일 경북 의성군에 있는 천주교의 한 공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 ▲ 14일 경북 안동시 목성동주교좌성당에서 엄수된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네 뒤퐁) 주교 장례미사가 끝난 뒤 두봉 주교가 성당을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
- "한국에서 사랑했고 행복했다" 71년간 복음의 삶 살다가 선종
- 프란치스코 교황, 안동교구에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 보내와
"사회적 약자들과 늘 함께하신 두봉 주교의 삶은 복음 그 자체였고 말씀과 행업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 있다"
14일 오전 경북 안동시 천주교 주교좌 목성동성당에서 열린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네 뒤퐁) 주교의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향년 96세.
두봉 주교는 프랑스 출신으로 6·25 전쟁 직후부터 71년간 한국에서 사목했으며, 늘 약자의 편에 서고 약자를 위해 기도와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약자의 아버지’였다.
두봉 주교는 또 일평생을 두고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가장 많이 말했으며, 마지막에 남기고 간 말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었다.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이날 장례미사를 주례했다. 권 주교는 "마음으로도 몸으로도 가난하게 사시면서 가난한 이들과 조건 없이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며 함께 하셨다"면서 "때때로 많은 선교사가 종교적 세력 확장에만 급급하다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두봉 주교는 그렇지 않았다. 믿는 사람에게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하느님 나라와 복음을 있는 그대로, 진리와 가치 자체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하셨다"고 두봉 주교를 회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봉 주교의 선종 소식을 듣고 매우 슬퍼했으며, 주교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 그리고 안동교구 전체에 진심 어린 애도와 위로를 보냈다고 주한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를 통해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두봉 주교가 지난해 4월 10일 녹음한 "금년에 한국에 온 지가 70년이에요. 70년 동안 그래도 사랑하고 행복했다. 내가 참 복을 받았다" 음성이 답사 형식으로 울려 나와 장내는 숙연했다.
미사가 끝나고 작별의 시간이 오자 신자들은 관을 어루만지며 헤어짐을 아쉬워했으며, 일부 신자들은 오열하기도 했다.
장례미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염수정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등 한국천주교 주요 인사와 가톨릭 농민회 및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두봉 주교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스님들도 장례미사에 참석해 마지막 길을 가는 두봉 주교를 배웅했다.
두봉 주교는 안동교구장을 맡고 있던 시절 가난한 사람과 농민을 위한 사목 활동에 힘을 썼다. 한번은 천주교 신자이며 농민회 영양군 청기 분회장이던 오원춘 씨가 사소한 항의로 박정희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자 사제들과 함께 박정희 정권에 맞서기도 했다. 이후 그는 약자를 옹호한다는 원칙에 있어서는 단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1982년 프랑스 나폴레옹 훈장을 받았고 2012년에는 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주는 만해대상 실천부문상을 받았다. 2019년에는 한양대 백남기념사업회가 주는 백남상(인권·봉사 부문)과 법무부가 주관하는 올해의 이민자상(대통령표창)을 받았다. 대한민국 특별 국적도 취득했다. 저서로 수필집 '사람의 일감'(문음사, 1989년)과 '가장 멋진 삶'(바오로딸, 2011년)이 있다. 2022년 1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종교의 벽을 훌쩍 뛰어넘어 대중 인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