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참여해야 동결' 원칙 깬 교육부… 의대 증원 0명에 '백기 투항' 비판도

2025-04-17     권수진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 조정 방향 관련 브리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규모인 '3058명'으로 확정된 가운데 교육부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학의 교육을 책임지는 의총협과 의대협회의 건의를 무겁게 받아들여 총장과 학장들의 의사를 존중해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며 의대 모집인원의 동결을 확정했다.

이어 "의대 교육을 정상화해 더는 의사 양성 시스템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발표를 계기로 복귀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고, 추가적인 복귀가 활발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말헀다.

앞서 교육부는 3월 말까지 정상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동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생들은 제적을 피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등록은 마쳤지만, 상당수가 수업 거부를 지속해 의대 교육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 40개 대학 의대생의 복귀율은 99.4%로 높지만 평균 수업 참여율은 전날 기준 25.9%로 복귀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수업 우선 참여를 전제로 내걸었지만, 의대생들의 수업 참여가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모집 인원을 동결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커뮤니티엔 "결국 의대생들의 전략이 통했다", "의대가 아닌 타 학과 학생이 이랬으면 진작 유급됐을 것인데 특혜도 이런 특혜가 없다" 등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번 발표에 환자단체와 시민 노동단체 등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결국 의료계에 굴복했다"며 "국민과 환자는 의사 인력 확충과 의료 개혁을 믿고 지난 1년간 세금과 건강보험 재정을 감내했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의대생 전원 복귀라는 선제 조건도 충족되지 않았는데 교육부가 정원을 되돌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했다.

중증환자 단체인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번 정원 동결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했다.

시민사회도 반발에 가세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원 동결은 집단행동으로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의료계의 왜곡된 인식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대 증원 동결이 2026년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역시 "이번 결정은 의사 집단에 대한 백기투항"이라며,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구축이라는 대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 단체들은 정부가 의사단체 반대를 넘어서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비급여 관리강화 등 의료 개혁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번 발표에 보건복지부 또한 유감 의사를 표했다.

복지부는 이날 이 부총리의 브리핑 직후 "의대 학사일정이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여건을 감안한 조치"라며 "3월 초 발표한 2026년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정상화로 돌아가는 한걸음”이라며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성근 대한의료협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의협 회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어쨌든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 것"이라며 "근거 없이,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증원 정책 무리하게 밀어붙인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의대생 복귀에 대해 김 대변인은 "본인들의 판단하에서 유급을 선택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에 대해 잘못했다 얘기할 수 없다"며 "본인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