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칼럼] 도량(道場)이 작은 사람들의 세상이 와서는 안 된다
2025-05-20 대경일보
허나 앞서 열거한 사찰들이 크고 아름다우며 의미 있고 유서 깊은 도량들이지만 이보다 더 크고 깊고 그윽하며 아늑하고 고요하여 사람의 미사여구로는 다 수식 할 수도 없는 도량이 있으니 바로 심도량(心道場)! 마음의 도량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아늑한 도량이 자리하고 있으니 각자가 잘 가꾸고 키운다면 혼탁한 세상은 “무릉도원 같은 화장연화 세계”가 될 것이다. 예부터 도량이란 말을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바로 보는 뜻으로 사용했으며, 마음이 넓은 큰 사람을 도량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하고 존경하였으며, 도량이 큰 사람은 국량이 넓다 하여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으로 우대하기도 했음을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불심(佛心)으로 나라를 지켜냈고, 불심으로 천리를 얻어 불국토가 되어야 할 이 땅! 허나 이 나라는 각자의 심도량이 모두 파괴되고, 아름다운 도량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천상의 부처님 마저도 어찌 할 수 없는 심란(心亂)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닌지 감히 생각해본다.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여 새로운 도량을 가진 사람을 뽑는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남을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참으로 인색한 우리의 정치인들과 그를 사랑한다는 국민들! 임진년의 암울한 아침을 보는 것 같다. 임진왜란은 우리끼리 싸우고 헐뜯어대는 도량 좁은 사람들이 정치를 하였기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제는 국민(國民)이 궁민(窮民)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서 자격도 없는 도량 없는 국회의원들 수도 좀 줄이는 개헌도 하고, 온갖 정치 술수에 부하뇌동 하지 말고 소신을 지키고 나라를 위하는 우국 충정의 도량을 우리 국민들이 먼저 가져서 매의 눈으로 정치 세상을 휘어 잡아야 한다.
팔만대장경을 제작했던 선조들의 불심(佛心)으로 돌아가 심도량을 키워야 힘찬 세상을 가질 수가 있음이다.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할 것은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거의 유 불리에 따라 속(도량) 좁은 자들의 술수에 법이란 규칙이 뭉개져 버리는 암울한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음이다.
말 부리를 총 부리 삼아 심도량을 향해 쏘아대는 행패! 언제나 좋은 큰 도량 가진 사람이 치리 하는 호시절(好時節)이 오려는지~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는 이판 사판이라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현대판 사즉생(死卽生)의 막말을 해대는 정치꾼의 용맹을 보면서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다시 75년 전의 초근목피(草根木皮)의 그 시절로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욕심이 죄악으로 이어져 나라가 절단이 났던 그 때가 불과 얼마나 되었다고 이러시는가?
법이 희한한 이 나라!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다. 상대방 명예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는 상스러운 막말을 해도 면책 특권을 갖고 있기에 처벌받지 않는다. 죄로 구속 되어도 세비는 꼬박 챙겨간다. 말로 거짓말 좀 했는데 그게 무슨 죄가 되느냐? 라는 기상천외한 자기들만의 법을 만들어대고 있다. 하는 일도 없는데 엄청난 특권을 받고 주군에게 충성을 다 하면 차기가 보장되는, 해서 주군을 위해 나라를 절단 내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특권을 가진 나라는 한국 이외 세상에 없다. 속은 썩었어도 겉은 말짱하다. 기본적 양심도 없는 모리배 같은 사람들이 서민들 세금으로 지어준 아방궁 같은 여의도에 수두룩하다. 주인 없는 무주공산(無主空山)의 나라! 대자대비 하신 부처님의 도량에 남은 것은 천정에 매달려 있는 순하고 착한 서민들의 흔들리는 마음이요,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꺼진 등불뿐이다.
노자는 통치계급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겸손은 존귀함의 뿌리이고, 아래는 위의 기초이다. 지나치게 명예를 추구하면 오히려 명예를 잃는다. 사람의 도(人之道)를 위하여 반들거리는 옥이 되려고 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자유자재의 단단한 돌맹이가 되어야 한다. 정치인에게 보내는 통치자들이 마땅히 지녀야 할 덕성(德性)에 대한 오늘날의 우리에게 던지는 노자의 화두이다. 어떤 정당이 큰소리로 외쳐도 대자대비(大慈大悲)하신 부처님의 공덕을 정치에 덮어 구중심처(九重深處)에 남아있는 인간의 마지막 보루인 양심(良心)을 꺼내어 이 나라의 참된 지도자를 뽑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