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대출빚에 哭소리… 은행은 ‘돈잔치’ 로 웃음꽃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 719조 이자도 못갚아 폐업사례 속출 5대 은행, 이자수익만 50조원 예대금리차 벌어져 부담 가중 정치권 제도개선 시급 목소리

2025-05-25     이부용 기자
2서울 시내 문을 닫은 점포에 전기요금 고지서와 대출전단이 놓여있다. 올해 1분기 국내 경기 위축으로 술집과 숙박업 소상공인 매출이 1년 전보다 10% 넘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몇 년간 고금리가 이어진 가운데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 약 362만개 중 50만개는 폐업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합뉴스

 

포항시 대이동에서 식당을 하는 A(65)씨는 대출 원리금 상환을 위해 영업이 끝나면 대리운전을 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격한 매출 감소로 은행에서 장기 대출을 받아 겨우 문 닫을 위기를 넘겼지만 대출금을 갚으려면 식당 수익만으론 턱없이 모자란다.

더욱이 올해 들어 손님들의 발길이 더욱 줄어들어 투잡을 뛰지 않고선 식당을 유지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 한다.

실제로 한국신용데이터(KCD)의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제때 못 갚는 소상공인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이 있는 사업장은 모두 361만9000개로, 이 가운데 86.2%(312만1000개)는 정상 영업 중이지만 13.8%(49만9000개)는 폐업(국세청 신고 기준) 상태였다.

빚을 남긴 채 폐업한 사례도 상당수 있었다.

폐업 사업장의 평균 대출 잔액은 6243만원으로 연체액은 640만원에 달했다.

전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719조2000억원으로 1년 새 약 15조원이 증가했다.

이 중 연체된 원리금은 1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조원이나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같은 2금융권에서 연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개인이 제도권 금융에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하는 카드론(신용카드 장기 대출) 대출 잔액도 2020년 말 32조원에서 올해 3월 기준 42조원대로 37% 이상 급증했다. 

카드론 이용자가 대부분 은행에서 정상적인 저금리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라는 점에서 빈곤의 악순환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론의 연체율도 심각하다.

지난 2월 일반 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8%로, 2005년 카드사태 막바지와 같은 수준이다.

카드사태 직전인 2001년 말 2.6%였던 연체율은 2002년 말에는 6.6%까지 급등한 적이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영업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3000억원) 대비 1조5000억원(28.7%) 증가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지난 2023년 1분기(7조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14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9000억원) 대비 1000억원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는 높은 기준금리에 은행들의 이자이익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던 시기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있지만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이자 장사’ 실적은 지난해 1분기와 큰 차이가 없는 없다.

이 기간 국내 은행의 이자수익자산(3222조3000억원→3393조9000억원)은 약 171조7000억원(5.3%) 늘었다. 여기에 순이자마진(NIM)은 0.1%포인트 감소(1.63%→1.53%)에 그치며 이자이익 방어에 도움을 줬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이자수익자산을 운용해 번 순이익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것으로 실질적인 이자수익률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5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농협)가 지난해 기록한 이자이익은 50조373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5% 증가한 수치다.

전체 국내 은행들의 이자 수익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국내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33조5000억원이었으나 2018년 40조원을 돌파하더니 2021년 55조원, 2024년 59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무난히 6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같은 역대급 이익에 은행 직원들의 급여도 크게 올랐다.

시중 대형 4대 은행의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40만원에 달했다.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신(神)의 직장이 아닐 수 없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 개인이나 기업에 웃돈(가산 금리)을 붙여 돈을 빌려주고 그 차액을 이용해 수익을 남긴다. 이른바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의 마진 폭) 금리 차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셈이다.

하지만 적정 수준의 예대 마진을 산정해 돈을 빌려줘야 하는데 은행들만 배를 불리게 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라는 게 문제다.

실제로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정책서민금융상품 제외한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가계예대금리차는 KB국민은행(2.34→2.41%)·신한은행(2.08→2.16%)·하나은행(2.04→2.14%)·우리은행(2.15→2.23%) 모두 벌어졌다.

이 영향에 올해 1분기 국내 은행 순이자마진(1.53%)은 지난해 4분기(1.52%)와 비교해 오히려 상승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 하락에 더 영향을 끼치면서 은행의 이자이익만 늘린 꼴이 된 것이다.

이처럼 시중은행에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가는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대출금리 조율을 민생 경제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대출 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