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줄인 소비자들, 새 대통령에게 원한다 "물가부터 좀 잡아주세요"

유제품·과자·라면·커피까지… 반년 새 60여 곳 줄줄이 인상

2025-06-03     이부용 기자
▲ 3일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라면 가격을 비교하고 있다. 이승원기자

 

 
 
▲ 3일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가 믹스커피 가격을 확인하고 있다. 이승원기자

 

 
 
▲ 3일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부용기자

“다이어트요? 그냥 마트만 가면 빠져요.”

3일 오전, 포항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

장바구니를 절반도 채우지 못한 직장인 A씨(33)는 “이게 5만 원어치예요”라며 영수증을 내민다. 라면 5봉, 요거트 한 세트, 커피믹스 한 박스, 과자 몇 봉지가 전부다. 그는 “그냥 한 끼를 줄여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이건 생필품이 아니라 사치품”이라고 한숨을 내쉰다.

올해 들어 유제품, 라면, 커피, 과자 등 생필품 전반에서 줄줄이 가격이 오르며 체감 물가는 급등하고 있다.

식품·외식업체 60여 곳이 불과 반년 사이 가격을 인상했고, 일부 품목은 20~40% 가까이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가 아니라 ‘다이어트 물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과자 코너에서는 5살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가 ‘초코송이’를 집었다가 이내 다시 내려놓는다.

오리온은 지난해 12월 ‘초코송이’를 20%, ‘촉촉한초코칩’을 16.7% 인상했다. 롯데웰푸드는 ‘크런키’를 41.7%, ‘빼빼로’를 17.6% 올렸다. 1000원짜리 과자는 이제 마트에서 보기 힘들다.

동서식품의 ‘맥심 모카골드’(180개입)는 1년 새 약 19.5% 인상됐다. ‘카누 아메리카노 미니’(100개입)도 19.2% 뛰었다. 사무실 커피 믹스조차 "명품 취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농심, 오뚜기, 팔도 등 주요 라면 업체들도 지난 3~4월 사이 가격을 줄줄이 올렸다. 농심은 ‘보노스프’ 4종 가격을 이달부터 10% 추가 인상했다.

대학생 B씨(21)는 “마트에 오면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이젠 과자 한 봉지도 무심코 못 산다. 전국민 다이어트 시대”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제품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우유, 빙그레, hy 등은 발효유·가공유 가격을 5~13% 인상했다. 야쿠르트는 이제 한 병에 250원이다. 심지어 드레싱·후추·소스류도 20% 가까이 올랐고, 주류업계 역시 맥주 출고가를 평균 2.8% 인상했다.

업체들은 원자재값 상승과 고환율 등 원가 부담을 이유로 들지만, 소비자들은 “원가보다 먼저 오르는 건 체념”이라고 말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짧은 기간에 60여 개 업체가 연달아 가격을 올리는 건 비정상적”이라며 “물가안정 정책이 무색할 만큼 조율 없는 인상이 반복되면 소비자의 신뢰도 함께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바구니를 채우지 못한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새 정부의 첫 화두는 ‘물가’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새 대통령은 우리 밥상부터 먼저 챙겨줬으면 좋겠다”며 “정치란 결국 먹고사는 문제 아니냐. 생필품부터 안정시켜야 민생이 산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