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게임까지 삼키나”… 텐센트, 넥슨 인수 시도에 ‘산업 주권 침탈’ 논란

산업계, “왜 게임만 전략산업 제외되나”

2025-06-16     이부용 기자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 한국게임학회 제공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가 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지주사인 NXC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며, 국내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디지털 주권'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텐센트는 이미 넷마블, 크래프톤, 시프트업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넥슨까지 인수할 경우 사실상 한국 게임산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확보하게 된다.

NXC는 넥슨의 최대 주주로, 인수가 현실화되면 텐센트는 넥슨을 포함한 계열사 전반을 지배하게 된다. 특히 업계에서는 텐센트가 넷마블을 통해 엔씨소프트까지 간접 지배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는 “중국 자본의 구조적 침투가 완성되는 단계”라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한국게임학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인수 시도는 단순한 민간 M&A가 아닌 산업 주권 침탈 행위”라고 규정하고, 게임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게임은 AI, XR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산업이며 K-콘텐츠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품”이라며 “전략산업 지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디지털 주권 개념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며 "게임산업은 기술, 콘텐츠, 플랫폼 역량이 융합된 산업으로, 단순 오락산업으로 간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텐센트는 단순한 재무투자자가 아니다.

창사 이래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검열 체계에서 핵심 역할을 해왔다. SM엔터테인먼트 2대 주주로 K팝에도 영향력을 확대 중이며, 콘텐츠-자본-유통의 삼각 지배 구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산업 전략 기준에도 문제제기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업 중심의 전략산업 지정에만 집중해왔지만,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플랫폼 주도 경제 속에서 게임 등 디지털 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약 8만 명의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고, 콘텐츠 수출의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정책 우선순위에서는 여전히 후순위다.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의 디지털 산업 전략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안은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국내 자산의 해외 유출과 디지털 경쟁력 보호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