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브릭스, 트럼프 10% 관세 엄포에 정면 반발

트럼프 “반미 정책엔 10% 추가 관세”…브릭스 개막 직전 선제 경고 브릭스, 공동성명·정상 발언으로 반격…“무차별 관세는 교역 위협” 회원국 확대·보증펀드·자국 통화 결제…“정치·경제 연합체로 진화 중”

2025-07-08     최서인 기자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발언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흥국 연합을 정조준하며 ‘10% 추가 관세’를 경고하자, 브릭스는 공동성명과 정상 발언을 통해 맞불을 놓으며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선제 압박에 브릭스는 ‘무차별 관세’를 공개 비판하며 반발했고, 미·브릭스 간 통상 갈등은 단순한 정책 충돌을 넘어 경제·정치 질서 전반의 힘겨루기로 번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개막 전날인 6일 밤(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브릭스 회원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 예외는 없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국가 언급은 없었지만, 통화 결제 자립이나 다자주의 중심 노선을 강조하는 브릭스의 기조를 사실상 반미로 규정하고 선제적 경제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브릭스는 7일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무차별적인 관세 인상은 세계 교역의 안정을 해친다”고 지적하며 다자통상 체계의 복원을 강조했다. 

보다 노골적인 메시지는 브라질 대통령의 입에서 나왔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룰라 대통령은 “세계는 변했다. 우리는 황제를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며 트럼프의 통상 압박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브릭스는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고자 한다”는 그의 말은, 이번 회담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기념 촬영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브릭스는 이번 회담을 통해 관세 위협에 대한 반발을 넘어서, 실질적인 대응 체계 강화에 나섰다. 

우선 회원국 수를 기존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대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30여 개국이 참여 의사를 밝히며 브릭스의 외연은 더욱 넓어졌다. 

룰라 대통령은 이를 “냉전기 비동맹운동의 계승”이라고 표현하며, 브릭스를 미국 중심 질서에 맞서는 ‘다극형 연합체’로 규정했다.

경제 분야에선 뉴개발은행(NDB)을 기반으로 한 보증펀드 창설이 추진된다. 

민간 자본 유치를 확대하고 프로젝트 금융 비용을 낮추기 위한 이 기금은, 회원국 간 경제 협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장치로 주목받는다. 

또한, 국경 간 자국 통화 결제 시스템 구축 논의도 이뤄졌으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브릭스 회원국 간 무역에서 자국 통화 결제 비율이 이미 90%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결속력 확보도 중요한 의제였다. 

공동성명은 IMF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구조 개혁을 지지한다고 명시했고, 7일 열린 재무장관 회의에서도 IMF 쿼터 조정과 투표권 개편 요구가 거듭 제기됐다. 

브릭스는 또 기후변화, 인공지능, 공공보건, 테러 대응 등 전 지구적 이슈에 대한 공동 대응 필요성에 공감하며 ‘단일 통상 블록’ 이상의 정치 협력체로서 정체성을 강화했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관세를 외교·전략 카드로 꺼내들었지만, 브릭스는 기존의 수세적 반응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립’과 ‘정치적 독립’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응하고 있다. 

“황제는 필요 없다”는 룰라의 한마디는 브릭스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선언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