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비대위서 다구리 맞았다" 직격… 당 지도부 "도가 지나쳐" 반발

인적 쇄신 실명 거론에 지도부 반발… 당내 혁신안 둘러싸고 갈등 격화 윤희숙 "책임지는 정치인 필요"… 지도부 "개인 의견, 혁신위와 무관"

2025-07-17     김민지 기자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나와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희숙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내 쇄신 필요성을 강조하며 중진 의원 4명의 거취 표명을 공개 요구한 뒤 당 지도부와 충돌했다. 

윤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 후 지도부의 반발을 ‘다구리’라는 은어로 표현하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당 지도부는 “도가 지나치다”고 맞받았다.

윤 위원장은 1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송언석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1차 인적 쇄신 대상’으로 거론한 전날 발언에 대한 지도부의 반발이 이어지자 “다구리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발이 없으면 혁신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당을 바꿔 나가기 위한 혁신을 해나가는 것이 제 몫”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날 회의에서 △최고위원 폐지 및 당대표 단일 체제 전환 △당대표 선출 규정 개편 △당원소환제 도입 등 혁신위가 제안한 3개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신 “당원 중심, 현장 중심, 경쟁 중심의 변화 필요성엔 공감대가 있었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윤 위원장의 전날 실명 언급이 혁신위원들과 사전 논의 없이 발표된 데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개인 의견을 혁신위원장 자격으로 발표한 것처럼 비쳐선 안 된다”며 “지도부의 비판을 ‘다구리’라고 표현한 것은 도를 넘은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윤 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지도부와 정면 충돌했다. 

일부 비대위원이 시도당위원장 경선 방식 변경 제안을 두고 “당사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하자, 윤 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대면 혁신을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고 전해졌다.

또 당대표 선출 방식을 현재의 ‘당원 80%+여론조사 20%’에서 ‘국민투표 100%’로 바꾸자고 주장했으나, 지도부에서는 “당원 중심 혁신을 강조해왔는데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위원장은 뚜렷한 답변을 피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도 “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과거 ‘차떼기’ 파동 당시 37명의 중진들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선례를 되새겨야 한다”고 했다. 앞서 공개적으로 거취 표명을 요구한 4명의 중진 의원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간 것이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이날 제헌절 공식 일정에 참석한 뒤 “혁신위원장이 발표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최소한 혁신위와 상의하고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