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는 '의리', 박찬대는 '결단'… 강선우 사퇴에 갈린 노선

정청래, 끝까지 감싸며 “비 오는 날 함께 맞는 것이 동지” 박찬대, 사퇴 17분 전 공개 촉구…“누군가는 말해야 했다”

2025-07-24     이승원 기자
정청래(왼쪽)·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였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진 사퇴가 8·2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은 강 전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정반대의 대응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메시지 대결에 나섰다. 두 사람의 상반된 선택은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이른바 '명심(明心)'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박 의원은 강 전 후보자의 사퇴 발표 17분 전인 지난 2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에 나선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후 사퇴 사실이 알려지자 “결단에 감사드린다”고 재차 글을 올렸다. 

당내에선 박 의원이 권리당원 순회 경선에서 뒤처진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의원 측은 “국민과 당원의 생각을 대통령실에 전달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며 정 의원과의 노선 차이를 분명히 했다.

다만, 박 의원이 자진 사퇴를 촉구했을 당시 강 전 후보자는 이미 대통령실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박 의원의 메시지 직후 사퇴가 공식화되자 당 일각에선 ‘명심 교감설’이 제기됐다. 

박 의원은 “그럴 줄은 몰랐다”며 이를 부인하면서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것도 해야 한다는 부분에 공감했다”며 이 대통령과의 접점을 강조했다.

반면 정청래 의원은 사퇴 전부터 줄곧 강 전 후보자에 대한 위로와 지지를 보내왔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이라며 “비가 오면 함께 맞아주는 게 동지적 의리”라고 밝혔다. 

“인간 강선우를 인간적으로 위로한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의 상처를 보듬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정 의원의 대응은 강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었던 친여 유튜버들과 강성 지지층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지’ 개념을 둘러싼 두 후보의 미묘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정 의원이 “비를 함께 맞아주는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박 의원 측의 노종면 의원은 “그림자로 일하며 보좌하는 이들 역시 동지”라며 강 전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의 선택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불리한 국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있는 반면, “동료 의원이 낙마하는 상황에서 사퇴를 촉구한 것이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당원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대통령을 위해 총대를 멨다”, “살신성인의 결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 일로 당대표는 힘들 것 같다”, “박수를 보낼 수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두 후보는 27일 열리는 당 공식 2차 방송 토론회에서 다시 맞붙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