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치에 휘말린 4대강 보… 강의 운명은 누구의 것인가
정철규 부국장(상주담당)
2025-08-10 정철규 기자
낙동강 중류의 한 마을 어르신은 말한다. “보가 생기고 난 뒤로 물이 늘 차 있으니, 가뭄 걱정은 덜었지만 물빛이 예전 같진 않아요. 고기 종류도 변했지요.”그의 말 속엔 찬성과 아쉬움이 뒤섞여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 해체’냐 ‘유지’냐를 놓고 전국이 시끄럽다. 그러나 강가의 사람들은 정치 구호보다 더 선명한 변화를 체감한다. 수문을 열면 물소리가 달라지고, 강바닥의 돌과 모래가 드러난다. 수문을 닫으면 고요는 깊어지지만, 강은 숨이 막힌 듯 정체된다.
이 논쟁과 맞물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구시는 맑은 물 확보를 위해 안동댐을 취수원으로 검토 중이다. 하지만 안동댐 상류와 하류의 주민들은 불안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있다. 안동댐은 낙동강의 ‘물그릇’이자, 하류 수질과 수량을 좌우하는 핵심 시설이다. 한 상주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대구가 깨끗한 물을 쓰는 건 좋은데, 댐 수위 조절이 바뀌면 우리 농사랑 생태가 영향을 받을 수 있잖아요.”
문재인 정부는 보 철거와 상시 개방을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 재검토를 거쳐 보 유지론이 힘을 얻었다. 이어 들어선 이재명 정부는 ‘보 부분 개방과 생태 복원 병행’ 등 실제 정책 방향에 무게를 두며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공방 속에서 정작 묻히는 것은, 그 강에서 매일 물을 길어 쓰고, 낚시를 하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강의 운명은 결국 정책 보고서 속 수치나 정권의 색깔로만 결정돼선 안 된다. 강과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야말로, 변화의 첫 번째 증인이자 가장 오래된 관찰자다. 그들이 느끼는 물의 무게와 흐름, 생태의 변화야말로 정책의 나침반이 돼야 한다.
강은 흐른다. 하지만 강의 운명을 누가 쥐고 있는지는, 강가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야 한다. 그들에게 강은 ‘환경’이 아니라, 내일의 생존이자 기억이며, 앞으로의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