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구 전당대회… '전한길' 등장으로 난장판

중앙당 윤리위 전씨 조사 전대 과정 혼란 안 돼 제명조치 요구 국힘 뒤늦게 윤리위 징계 착수에 뒷북 조치 비판 안철수 "전한길은 우리 당 접수 기고 만장 점령군 행동" 김근식 "버릇없고 품격없는 전한길 류 '윤 어게인' 세력들 도태시켜야"

2025-08-10     남보수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장동혁·조경태·김문수·안철수(왼쪽부터) 후보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 교체 후 갈수록 추락하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심단결해 대여 투쟁을 벌여도 모자랄 판에, 갈등만 표출되면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보수 성지 TK 지역에서도 추락하는 추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가 전한길 씨의 난동으로 난장판이 되자, 그나마 미련을 갖던 안방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이에 따라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물론 차기 총선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분란 속에 전당대회에서 분당·탈당 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힘은 소수 야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 5년 뒤 집권당의 꿈은커녕, 코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 ‘국민의힘’ 간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씨는 이날 대구 전당대회 연설회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이른바 ‘찬탄’ 후보들이 연설에 나서자 “배신자”를 외쳤다. 이어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지지자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선동에 나서자, 결국 당원들 간 몸싸움과 욕설, 고성으로 번졌다.

전 씨는 계엄령 선포 내란 혐의로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대구·경북의 윤 전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비판받고 있다.

특히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 씨의 방해로 연설이 중단된 후, 전 씨의 선동으로 ‘배신자’ 구호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연설을 이어가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구는 보수의 심장이 아닌 심장병에 걸린 대구”라고 비판하며 “정신 차려라”라고 일갈했지만, 장내에서는 고성과 욕설, 야유가 쏟아졌다.

당일 합동연설회에서 전 씨가 탄핵 찬성파 후보 연설 도중 당원들에게 ‘배신자’ 구호를 외치도록 유도하자, 찬탄파 후보 지지자 일부가 전 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며 항의하는 등 장내 소란이 이어졌다.

보수 텃밭 대구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가 전 씨의 난동으로 아수라장이 됐지만, 당은 현장에서 별다른 제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9일 오전 긴급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대구시당·경북도당이 중앙당 차원의 엄중 조치를 요청했다. 중앙윤리위원회는 전 씨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며, 조사 권한은 당으로 이첩됐다.

이러한 사태에 당대표 주자들도 전 씨와 당 지도부를 일제히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어제 전한길은 우리 당을 접수하러 온 것처럼 기고만장하게 후보 대기실 앞까지 장악하며 인터뷰를 하고, 기자 비표까지 받아 전당대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며 “송언석 비대위원장과 선관위는 당무감사를 실시하고 전 씨를 제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후보도 “버릇없고 품격 없는 전한길 류의 ‘윤 어게인’ 세력에 겁먹지 말라”며 “전당대회 표 얻겠다고 진짜 보수를 망치고 있는 그들에게 아부하지 말라. 당원들이,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송언석 비대위원장도 “이날 난동을 부린 전 씨를 제명하겠다”며 “징계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하는데,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장본인은 엄중히 경고한다”며 전 씨의 향후 전당대회 행사 출입을 금지했지만, 전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