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나토는 협상 대상 아냐”… 트럼프, 젤렌스키와 담판 앞두고 선 긋기

트럼프 “전쟁 즉시 끝낼 수 있어… 나토는 절대 불가” “푸틴 요구 일부 수용해야” 젤렌스키에 노골적 압박 유럽 정상들 “영토 포기 전제한 협상 수용 못 해”

2025-08-18     최서인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회담에서 격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을 하루 앞두고, 크림반도 반환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일찌감치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가 러시아 측 요구를 수용하면 "전쟁을 즉시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전쟁 지속의 책임은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함께 워싱턴을 찾은 젤렌스키는 이런 불리한 구도 속에서 백악관 담판에 나선다.

트럼프는 17일(현지시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오바마 시절 빼앗긴 크림반도는 돌려받을 수 없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하다”며 “어떤 것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나토 가입 불가’는 모두 대문자로 강조됐다. 그는 “젤렌스키는 전쟁을 끝내거나 계속 싸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회담을 하루 앞두고 나온 것으로, 크림반도와 나토 문제를 애초에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며,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선제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협상 결렬 시 책임을 젤렌스키 측에 돌리려는 여론전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백악관 회담에선 지난 15일 미·러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평화안,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구한 ‘돈바스 양도’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CNN은 트럼프가 유럽 정상들과의 회담에 앞서, 젤렌스키에게 크림반도 포기와 나토 비가입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사전 조율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 각국은 푸틴의 구상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강요할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방송은 이번 회담이 냉전 이후 유럽 안보와 서방 동맹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젤렌스키는 17일 워싱턴DC에 도착한 직후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쟁이 끝나야 한다”며 “과거처럼 억지로 영토를 내주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크림반도와 돈바스를 언급하며, “러시아는 스스로 시작한 이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은 18일 오후 1시 15분(현지시간) 트럼프-젤렌스키 양자 회담으로 시작된다. 이어 2시 15분부터는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의 확대 회담이 예정돼 있다.

유럽 측은 크림반도나 도네츠크 포기와 같은 러시아 요구를 일축하며, 우크라이나가 전 과정을 주도하는 방식의 평화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에도 “러시아는 매우 큰 강대국이고, 그들(우크라이나)은 그렇지 않다”며 힘의 우위를 내세운 타협을 거듭 주장했다. 푸틴이 요구한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군이 3년 반 동안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가 이를 수용하긴 어렵다는 게 서방의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