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혁적 중도, 분열의 시대를 넘어서는 길
2025-08-19 정철규 기자
좌와 우는 번갈아 권력을 잡을 때마다 상대 진영을 몰아붙였다. 정치 보복과 단죄, 정책 뒤집기가 되풀이되면서 ‘핑퐁식 정치’라는 말이 생겨났다. 국민은 어느 쪽에 발을 디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사회 전체가 피로감에 짓눌려 왔다.
중도는 민주주의의 안전판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힘이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중도는 소극적 타협이 아니다. 단순히 ‘이쪽도 저쪽도 아닌’ 무난한 입장이 아니라, 개혁과 통합을 함께 껴안는 변혁적 중도다.
변혁적 중도는 먼저 공정한 시장 질서를 세워야 한다. 기득권이 만든 진입 장벽을 낮추고,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어떤 개혁도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교육도 핵심 과제다. 계층과 세대 간 역량 격차를 줄이고, 시험 준비에 갇힌 교육을 삶을 바꾸는 사다리로 전환해야 한다. 경제 구조 역시 재편이 필요하다. 부동산에만 쏠린 자본을 생산적 투자로 돌리고, 지역 균형 발전을 통해 기회의 문을 넓혀야 한다.
변혁적 중도의 정신은 중앙 정치만의 과제가 아니다. 상주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 10년간 상주 인구는 10% 이상 줄었고, 특히 청년층의 외부 유출이 심각하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떠난 젊은이들이 돌아오지 않으면서 지역 사회의 활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농업 구조 변화는 지역의 가장 큰 갈등 요인이다. 상주는 전국 최대의 곶감·쌀·한우 생산지 중 하나지만, 농촌 고령화로 일손은 줄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일부 대규모 농장은 스마트팜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영세 농가들은 변화의 파고를 넘기 어렵다. 첨단과 전통, 대규모와 소규모 사이의 간극은 점점 커지고 있다.
도심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통시장은 손님이 줄어 활력을 잃어가고, 신도심 개발은 지지부진하다. 상권 활성화를 두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청년 창업과 귀농·귀촌 정착 정책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유통 혁신을 두고도 기존 상인과 새로운 유통 구조 간의 갈등이 뚜렷하다.
이런 때일수록 중도의 해법이 필요하다. 변혁적 중도란 단순한 타협이 아니다. 농업 혁신과 전통 농가의 상생, 청년과 노년의 공존, 도심과 농촌의 균형 발전을 함께 담아내는 길이다. 어느 한쪽만을 밀어붙이는 극단은 더 큰 분열을 낳는다. 갈등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힘, 그리고 변화를 안정 속에 안착시키는 용기야말로 중도의 본령이다.
정치가 극단으로 흐를수록 중도의 무게는 커진다. 변혁적 중도는 진영을 뛰어넘는 결단이자, 분열의 시대를 끝낼 유일한 나침반이다. 상주가 그 길을 먼저 열어간다면, 이는 지방이 곧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