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촌 할매 10만원과 견공시박(犬恭媤迫)
한국 어머니들 영국총리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모친 못지않은 모성애
2025-08-27 남보수 기자
시집온 지 얼마 안되어 남편이 죽어 청상과부가 된 어머니는 시골서 힘든 농사일을 하며 판사 아들을 키워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판사가 되니 밥을 굶어도 배고픈 줄 몰랐고 오뉴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힘든 줄 몰랐다. 그런 어느 날, 모친은 손수 짓은 농산물을 들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러 서울 아들 집에 왔다.
워낙 부잣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집안 살림살이는 눈부실 만큼 호화스러워 집안을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우연히 가계부를 보게 됐다.
부잣집 딸이라 가계부를 쓸 것이라 상상도 못한 시어머니는 살림살이 가계부를 보고 감격했다. 그런데 가계부 중 각종 세금, 부식비, 의류비 등과 함께 '촌 할매 10만원' 이란 글씨를 보게 됐다.
무슨 말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하니 며느리가 매달 자신께 주는 10만원 용돈을 촌 할매에게 준 것이라고 쓴 것이다. 얼굴이 화끈거려 도망치듯 그 집을 나와 시골로 왔다. 얼마 안되어 아들의 전화가 왔다. 왜 그냥 가셨냐고 하자 노모는 분을 참지 못하고 "촌 할매가 거기 어디서 자-아"하며 소리를 지르며,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보라"고 말했다.
이상하게 여긴 아들이 아내의 가계부에 촌 할매 10만원 항목을 보고는 죄의식이 들어 아내가 명절 처갓집에 가자 해도 "촌 할매 아들이 어떻게 부잣집에 갈 수 있느냐"고 반문해 며느리와 사돈 어른들 모두 촌으로 찾아와 용서를 빌었다. 그 후 며느리 가계부에는 '촌 할매 10만원은 사라지고 시 어머님 용돈 50만원 드림' 이란 항목이 새로 차지했다.
1863년 어느 추운 겨울밤,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한 여인이 남부 웨일즈 언덕을 넘고 있었다. 결국 여인은 거세게 불어오는 눈보라 속에 파묻혔다. 눈보라가 그친 다음날 한 농부가 건초더미를 짊어지고 이곳을 지나다 언덕의 움푹한 지점에서 이상한 형태의 눈더미를 발견해 파보니 알몸으로 얼어 죽은 한 여인이 있었고 그녀의 품에는 여인이 옷으로 감싼 곳에 한 갓난아기가 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인은 혹독한 추위 속에서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옷을 하나 하나 벗어 아이를 감싸 얼어 죽지 않았지만 자신은 결국 알몸 상태에서 얼어 죽었다. 이 갓난아이가 성장해 제1차 대전 중 전시 내각과 베르사유조약을 성사시킨 제34대 영국총리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다.
조지는 자신을 키워 준 농부의 어머니 대한 얘기를 듣고는 아무리 추워도 따뜻한 옷을 입지 않았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지 않았으며, 아무리 피곤해도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았다. 그리고 나태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어머니가 잠든 웨일즈 언덕에 올라가 눈보라 속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옷을 벗어 감싸준 어머니를 생각하고 모든 영국 국민들께 부모님 은혜와 효도를 강조했다.
이처럼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마다하지 않은 위대한 모성애로 자식을 생각하지만 이와 반대로 자식들은 결혼 후는 자기를 키워준 어머니의 은공도 모른 체 오직 자기 가족만 생각해 노모들의 가슴에 피멍도 들게 한다.
게다가 자식들과 함께 며느리들도 시부모를 자신이 키우는 개보다 못한 취급까지 해‘개는 공경 시어머니는 박대한다’는 견공시박이란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