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對中 수출 통제 강화… 삼성·SK 등 직격탄

삼성전자·SK하이닉스, VEU 특례 지위 폐지 트럼프 정부, 中 견제 속 韓 반도체도 압박

2025-08-30     김민지 기자
중국 시안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왼쪽)과 중국 우시 SK하이닉스 생산공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제공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적용해오던 반도체 장비 수출 특례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 생산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됐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최근 사전 공개한 연방 관보를 통해 중국 내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지 법인을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9월 2일 공식 게재 후 120일 뒤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VEU는 별도의 허가 절차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는 예외적 지위로, 지금까지 삼성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의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이 이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는 장비 반입 시 건건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이번 결정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시절 남아 있던 구멍을 메우는 조치”라며 “앞으로 외국계 반도체 공장은 VEU 지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기존 공장의 현상 유지는 허용하되, 생산 능력 확장이나 기술 업그레이드는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업계는 이 조치가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장기적으로 ‘낮은 세대 공정’에 묶어 두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두 회사의 중국 생산라인은 이미 국내보다 1~2세대 뒤처진 공정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개별 허가 절차 지연으로 장비 공급이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결정은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로 먼저 알려졌다.
당시 제프리 케슬러 미 상무부 차관은 삼성과 하이닉스, 그리고 TSMC에 중국 내 공장으로의 장비 반출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케슬러 차관은 “미국 기업을 불리하게 만드는 수출 규제의 허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맥락도 주목된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안보는 미국·경제는 중국’이라는 양쪽 전략을 취해온 점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조치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개된 것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시행까지 4개월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한미 간 협상을 통해 조치의 범위나 시행 시기가 조정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한국 반도체 업계와 경제 전반에 미칠 실제 파장은 미국 정부의 최종 집행 강도에 달려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