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 신분 'Don't ask, don't tell' 정책 확대 추진

법무부,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근로자도 '통보의무' 면제 李대통령, 국무회의서 거론한 관련 후속 조치 일환 국제적 인권국가 진입 신호... 인구정책 허점 우려도

2025-09-04     강병찬 기자
▲ 법무부 로고

정부가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Don't ask, don't tell'(묻지도 말하지도 않기) 정책 추진을 예고했다. 이 정책은 불법체류자가 범죄 피해자가 된 경우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불체자 신분이 노출되더라도 이를 인지한 관계 공무원은 당사자의 신분에 대해 묻지도 않고, 보고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제도다.

이로써 정부는 대한민국 내에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내외국인을 최대한 차별하지 않는 국제적 기준의 '인권국가'로의 진입을 추구하게 된다.

반면 관계기관이 당사자의 신분에 대해 묵인하는 풍토로 일관함으로써 인구통계상 오류를 유발해 효과적인 인구정책을 펴지 못하는 맹점도 있다.

법무부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조성하고, 임금체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입국관리법' 제84조(통보 의무)에 대한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84조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외국인의 불법체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 반드시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금체불 등 피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가 신분 노출과 강제출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관계기관에 신고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었다.

법무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취약한 지위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노동권 보호와 인권 증진을 강화하기 위해 현행 통보 의무 면제 대상에 '임금체불 피해 외국인 근로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과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면제대상은 △유치원 및 초·중·고 재학생 △공공보건의료기관 환자 △아동복지시설 아동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 아동 △범죄피해자 및 인권침해 구제 대상 등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일 대통령실 주재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논의된 '임금체불 대책' 관련 후속 조치다.

이때 외국인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현행 제도개선 검토 필요성 보고에서 △임금체불로 인해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신고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불법체류 사실이 있더라도 통보 의무를 면제 △강제퇴거 명령을 받고 외국인보호소 등에 출국 대기중인 외국인도 임금체불 사실이 면담 등을 통해 확인되면 지방 출입국·외국인관서의 장이 직권으로 보호일시해제 △고용노동부의 체불사업주 명단에 등재되면 향후 외국인 근로자의 초청 및 고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은 "앞으로는 월급을 못 받은 외국인 근로자가 그대로 강제 출국하게 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며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노동자의 인권 존중이라는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고,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