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춘은 왜 병영에서 쓰러지는가

이부용 경제부 부장

2025-09-14     이부용 기자
▲ 이부용 경제부 부장
인천 대청도에서 해병 병장이 총상을 입고 숨졌다.

불과 보름 사이, 육군 GP 하사와 3사관학교 대위가 잇따라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세 번째 비극이다.

군은 “범죄 혐의점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그 말로 모든 게 끝날 수는 없다.

군경에서 반복되는 젊은 장병들의 죽음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사회의 생산자로 기여하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미래를 꿈꾸기도 전에 병영의 총구 앞에서 삶을 잃고 있다.

이는 개인과 가족의 비극을 넘어 국가적 손실이다.

한 사람의 죽음 뒤에는 무너진 가정과 동료들의 상실감, 그리고 군 조직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따라온다.

문제는 군이 여전히 사고를 ‘개별 사건’으로만 처리한다는 점이다.

사건 직후 반복되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위로사,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약속은 더 이상 신뢰를 주지 못한다.

현장 장병들이 겪는 압박과 고립, 상담·예방 시스템의 형식적 운영이 개선되지 않는 한, 유사한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최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장병의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병영문화 개선과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을 지시했다.

그러나 구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실질적인 변화는 장병 개개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와 현실적 대책 실행에서 비롯된다.

병영 안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에 손을 내밀 수 있는 창구가 작동해야 한다.

군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결론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젊은 장병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군이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은 없다.

더 늦기 전에, 병영의 구조적 문제를 직시하고 근본적 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