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부터 법에 대한 인식 제고를
2025-09-16 대경일보
한번 망가진 사법 정책은 고쳐 쓰기 어렵다. 사법부의 노력은 법원 구성원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로서 항상 국민을 위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법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5일 대통령실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공개 사퇴 요구에 대해 “그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를 돌이켜 봐야 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추 위원장은 “법원이 내란범 구속 취소 등으로 세력의 간을 키워준 책임은 조 대법원장에게 있다”며 “사법 독립을 위해선 그가 먼저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 물러나야 사법 독립이 지켜진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서 “사법개혁은 사법부가 자초한 것”이라며 전국 법원장들이 ‘사법부 독립 보장’을 강조한 것에 대해 “다 자업자득,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대선 때 대선 후보도 바꿀 수 있다는 오만이 재판 독립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첫 번째 입장, “특별한 입장은 없다”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과 시대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 권력도 그 이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곧바로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열어 “오독이고 오보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원칙적 공감”이란 말은 ‘국회 같은 선출 권력의 요구라면 사법부나 행정부가 겸허히 돌아봐야 한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말한 거지, 대법원장 사퇴 문제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라고 다시 강조했다.
요즘 여권에서 나온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얘기도 관심을 끌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이 문제 역시 국회가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할 부분이고, 정부는 결과를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사법행정권을 분산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장치는 필요하지만, 민주당이 자기당에게 유리한 법을 만드는 것은 문제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그가 쓴 ‘호의에 대하여’에서 “판사가 죽은 사람을 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멀쩡한 사람을 죽일 수는 있다”고 했다. 입법기관이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사법부의 판사가 시행착오를 하지 않는다.
엉망이 된 사법 제도로 국민이 고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헌법수호, 자유와 정의로운 법 운영이 진정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