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 투입’ 대왕고래 시추, 경제성 ‘낙제점’…가스 포화도 6%
열적기원 가스 기대했지만, 실제론 생물기원 가스만 확인 지질 구조는 양호… 저류암 공극률·덮개암 두께 예측치 상회 정부, 내년 예산 전액 삭감… 석유공사 "해외 투자 유치해 2차 시추 추진"
윤석열 정부가 심해 에너지 주권 확보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시추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열적 기원 천연가스의 대규모 매장을 기대하며 사업을 밀어붙였지만, 실제 확인된 가스는 평균 포화도가 6%에 불과해 상업적 개발은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심 1500m의 동해 심해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를 대상으로 단독으로 1차 시추를 진행했다.
확보한 시료는 전문 분석기관에 의뢰돼 약 6개월간 정밀 분석을 거쳤으며,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 크게 달랐다.
시추 전 석유공사는 해당 지역 지층에 열과 압력을 받아 생성된 열적 기원 가스가 50~70% 수준으로 존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퇴적층 내 미생물 분해로 생성된 생물 기원 가스만 확인됐고, 이마저도 가스 포화도는 평균 6%에 불과했다.
석유·가스전의 상업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가스 포화도가 기대치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 셈이다.
석유공사는 “저류암의 공극률은 31%로 양호하고, 덮개암도 200m 두께의 셰일층으로 구조적으로는 문제없었다”면서도 “열적 기원 가스가 유망 구조까지 이동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상 탐사 실패라는 결론에 정치권에서는 책임론이 제기됐다. 송재봉 의원은 “1200억원을 투입한 대형 국책사업이 부실한 예측과 무리한 추진 끝에 좌초됐다”며 “국민 신뢰를 훼손한 만큼 정부는 이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앞으로의 동해 자원 탐사는 보다 신중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하며, 모든 과정은 국민 앞에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상황을 인지한 듯 예산 조정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발표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이에 대해 문신학 산업부 1차관은 “탐사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애초에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석유공사는 아직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은 상태다. 현재 2차 시추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49% 지분을 민간에 넘기는 방식의 투자 유치 입찰을 진행 중이다. 입찰 마감일은 19일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사업을 ‘국민의 가스전’으로 명명하며 독자적 에너지 확보의 상징으로 삼았지만, 1차 시추부터 기대를 밑도는 결과가 나오면서 프로젝트의 기획 및 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