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결제 사건 중국인 2명 구속… ‘윗선’ 정체는 안갯속

“중국 지시에 따른 범행” 진술…주범 특정은 난항

2025-09-18     이승원 기자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피의자인 중국 국적 남성 A씨(왼쪽)와 B씨가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영통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KT 이용자 수백 명의 휴대전화에서 무단 소액결제가 발생한 사건의 주요 피의자 2명이 모두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진술을 반복하고 있는 만큼, 중국에 본거지를 둔 ‘윗선’의 존재와 조직적 배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정진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중국 국적의 A(48)씨와 B(44)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를, B씨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와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승합차에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펨토셀)를 싣고 수도권 서부 지역을 돌며 KT 가입자의 스마트폰 통신을 가로챈 뒤, 모바일 상품권 구매와 교통카드 충전 등 소액결제를 유도한 혐의를 받는다. 

펨토셀은 가정·사무실용 저전력 기지국으로 반경 약 10m 내 통신을 가로챌 수 있다. 경찰은 A씨가 체포 직후 범행을 자백했으며, 조사 과정에서도 “중국에 있는 C씨라는 인물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B씨는 A씨가 해킹으로 결제한 상품권 등을 현금화한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B씨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중국어만 사용했으며,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국내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들은 법원 출석길에서 “누구의 지시였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저도 시키는 대로 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언급한 ‘윗선’ C씨의 구체적 신원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첨단 해킹 장비를 확보하고 운용한 정황에 비춰볼 때, 개인 단독 범행이 아닌 조직적 배후가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피해 신고는 지난달 27∼31일 경기 광명시에서 처음 접수됐다. 이후 서울 금천·인천 부평·경기 부천·과천 등으로 확산됐으며, KT 자체 집계로는 362건, 약 2억4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이 집계한 피해 규모도 200건, 약 1억2000만원을 넘었다.

경찰은 A씨와 B씨 구속을 계기로 중국 내 주범 C씨의 소재와 역할, 범행 수법 전파 경로 등을 집중적으로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거주 경험이 짧고 통신 관련 전문 경력이 없는 이들이 고도의 해킹 범행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실제 배후를 밝혀내는 데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