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격을 묻다”… 김희동 시조인

두 번째 시조집 '허난설헌에 기대어' 출간

2025-09-22     이명진 기자

 
 

김희동 시조인이 두 번째 시조집 ‘허난설헌에 기대어’(목언예원 刊)를 펴내며, 시조라는 장르가 지닌 전통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의 융합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시조집은 ‘집으로 가는 길’ ‘어떤 발굴’ ‘동백 아래서’ ‘맨발로 서다’ ‘그대 콘트라베이스’ 등 5부로 나눠 총 72편의 시조가 수록돼 있다.

시인은 시조집의 첫머리에서 “내가 꽃인 줄 몰랐던 날들이 뿌리가 되어주었다”고 고백하며, 자신 안의 생명력과 시적 직관이 어떻게 오랜 세월을 관통해 작품으로 맺히게 되었는지를 암시한다.

그는 현재 대경일보 부국장으로 재직 중이며, 20년 가까이 언론 현장에서 치열하게 글을 써오고 있다. 특히 문화부 기자로서의 오랜 경험은 그에게 예술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안겨주었고, 이는 그의 시조 작품 세계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민병도 시조인은 시집 해설에서 “편리함 대신 험난한 길을 택한 결과물”이라며, 그의 작품이 단순한 미화가 아닌 사유와 실천의 산물임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 시조집의 핵심 테마인 ‘허난설헌’은 단지 역사적 인물을 소환하는 차원이 아니다. 김희동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허난설헌의 고통과 한계, 문학적 정체성을 재해석하며, 동생 허균의 시선에서 누이의 삶을 응시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김희동 시조인은 묘하게도, 늘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끌렸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현대시 대신 시조라는 전통 서정의 길을 택했고, 대학원에서는 그 뿌리를 따라 신라 향가를 전공했다. 그의 선택은 우연이 아니었다. 가장 낮은 음역에서 묵직한 울림을 품어내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그처럼, 김 시인은 조용하지만 깊은 진동을 지닌 삶과 문학을 지향해왔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때에도 그는 시조라는 오래된 형식 안에서 오늘의 감성과 언어를 길어 올리며,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왔다.

200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김 시조인은 오랜 언론인 생활을 병행하며 시조의 본령과 율격을 탐구해왔다. 2019년 첫 시조집 ‘빗살무늬에 관한 기억’에 이은 이번 작품은, ‘잘 쓴 시조’에서 ‘좋은 시조’로 나아가는 문학적 진화를 담고 있다. 단형 시조의 정수, 시대와의 대화, 사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 어우러진 그의 시 세계는 단아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시조라는 전통 장르가 어떻게 오늘날 우리의 삶과 고민을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한 권의 응축된 기록이다.

오는 26일 경주에 위치한 문정헌(경주시 태종로 755)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갖는다. 이날 행사는 오후 4시 ‘독자 사인회’, 오후 6시 ‘시(詩)고픈 저녁’으로 진행되며,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따듯한 소통의 시간이 될 예정이다.

행사에는 정 국 낭송가의 시 낭송과, 김 시인이 활동 중인 경주시민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된 앙상블 팀의 연주 무대 ‘내가 만일 시인이라면’ 등 찬조 공연도 함께 펼쳐져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