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남북 교류·정상화·비핵화 동시 추동… 美관세협상도 진전 모색”
“선후 관계 아닌 상호 추진 구조… 남북 신뢰 회복이 핵심” “3500억달러 투자 설명… 관세협상, APEC 전후 타결 기대” “北 대화엔 부정적 기류… 북미도 뚜렷한 논의 없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제시한 ‘E·N·D(엔드) 이니셔티브’와 관련해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는 상호 추동하는 구조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날 미국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 요소는 각각 독립된 과정이자 함께 움직이는 구조”라며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 접근으로, 어느 하나의 성과가 다른 영역의 진전을 견인하도록 조율하며 관리해 나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관계 정상화’ 중심 접근이 ‘두 국가론’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상화란 지금처럼 극도로 대립한 남북관계를 신뢰 기반의 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라며 “정부는 남북이 통일될 때까지 잠정적 특수관계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해서도 기존의 ‘3단계 중단-축소-폐기’ 모델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비핵화 3단계는 핵에 초점을 둔 방식이고, 엔드 이니셔티브는 남북관계 전반을 포괄하는 접근”이라며 “두 접근은 상충하지 않고 상호 보완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중단은 핵미사일 관련 모든 프로그램을 멈추는 것을 의미하며, 검증 문제는 향후 북한과 협의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북한이 현재 남측과의 대화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단기간 내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엔드 구상을 중심으로 남북관계 구조를 재설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양측 간에 뚜렷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미국이 일정한 대화 의지를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한 설명도 함께 이뤄졌다. 위 실장은 “정상회담 계기에 맞춰 타결하라는 법은 없다”면서도 “현재 기업 활동에 관세가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위해 조속한 타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합리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양측 입장 차가 크긴 하지만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기업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이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의 만남, 외교·안보 분야 주요 인사들과의 만찬 등 다양한 접촉을 통해 우리 정부의 입장과 어려움을 설명했다”며 “미국 내 폭넓은 지지를 확보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통화 스와프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경제 부처나 정책실장보다 더 권위 있는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며 말을 아꼈지만, “협상 과정에서 한미 재무라인도 가동될 수 있다”고 언급해 추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접촉 여부에 대해선 “제가 알기로는 별다른 접촉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숨 가쁘게 진행된 정상외교가 이제 안정적 궤도에 올랐다”며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마련된 외교적 모멘텀을 이어가 APEC 정상회의 등에서도 성공적인 외교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