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국회의원 특권과 헌법개정
2025-09-25 대경일보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으로 김건희 특검 구속영장이 청구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후 국민 앞에서 실제 불체포특권을 포기했다. 과거 민주당 이재명 대표·노웅래 의원 등을 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면서 현역 국회의원에게 발동되는 ‘불체포특권’이 변수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과 국회의 회기 중 석방 요구권은 역사적으로 국왕이나 행정부가 검찰권과 경찰권을 정치적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되었다. 그래야만 의원이 권력의 탄압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을 대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특권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법 앞의 만인 평등’이나 법치주의의 예외에 해당한다. 예외에는 그에 갈음하는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부당한 탄압은 정형화할 수 없으니 적극적으로 예외의 종류를 규정하기 힘드나, 최소한 개인적 범죄 행위가 예외를 정당화해 줄 수 없다는 점은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비중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개인적 비리로 인한 사법적 정의 실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에서 석방 요구가 가결되어, 적지 않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경우가 있다. 이는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아이러니는 왜 생기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아직은 원칙과 법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서 그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칸트는 ‘할 수 있음’은 ‘해야 함’을 함축한다고 했는데,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할 수 없는 것’에서는 ‘해야 하는 것’을 도출할 수 없다는 것과 같다. 많은 비리 정치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관행에 따르다 보니 비리를 저지르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관행을 금지하는 법과 제도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변명은 정치인들에게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등은 누구도 준수할 수 없는 것이라는 말과 같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누구라도 실정법상 범죄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리가 이러하다 보니 극히 예외적으로 행사되어야 할 불체포 특권이 악용되어 방탄 국회가 수시로 열리고 석방 요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가결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법과 제도를 최후적으로 수호해야 할 사법부나 검찰·경찰의 사법적 정의 실현 활동이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물론이고 지금도 사법부의 판결조차도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간간이 제기되고 또 그런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특권이 헌법상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헌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라거나 피장파장이라는 정서와 논리가 설득력을 지니는 한, 헌법 개정을 통해 의원의 특권을 제한한다 하더라도,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결코 해소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