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함소입지(含笑入地)와 상주 공설추모공원
2025-09-28 대경일보
상주시가 지난 11일 공설추모공원 조성 부지로 화서면 하송리를 확정했다. 지난 함창읍 나한리 부지 선정이 주민 반발로 무산된 지 2년여 만이다. 여러 후보지 가운데 주민들의 유치 의지, 시유지 비율, 자연환경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내려진 결론이다.
추모공원은 흔히 장사 시설로만 인식되지만, 그 의미는 단순하지 않다. 고인을 모시는 장소이자, 남은 이들이 기억과 위로를 나누는 공동체의 공간이다. 공설 형태라는 점은 더 중요하다.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고, 투명성과 형평성에서도 신뢰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는 227억 원이 투입된다. 봉안당 1만 기 이상, 수목장 등 자연장지 1만2천 기 규모로 조성되며, 화장로는 포함되지 않는다. 조성 목표 시점은 2029년이다. 시는 이번 부지를 “자연친화적이고 경제성이 뛰어나며 주민 협조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공청회와 실시설계,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이어질 예정이다.
누구나 태어나듯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함소입지(含笑入地)”하듯 평온히 생을 마무리할 권리 또한 국가와 공동체가 지켜야 할 몫이다. 상주시의 공설추모공원은 단순한 장례 시설을 넘어, 공동체가 존엄을 지켜내고 남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고인을 기리는 마음, 남은 이들의 기억, 그리고 생을 평온히 마무리할 권리. 이 세 가지가 어우러질 때, ‘죽음을 존중하는 사회’라는 약속은 비로소 현실이 된다.
상주 화서의 작은 땅 위에서 사람들의 기억과 위로가 모여, 언젠가 함소입지의 의미가 구현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