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억 붓고도… 준공 전부터 흉물 된 ‘名品 둘레길’

부서진 펜스 수개월 방치, 머리 부딪는 정자 市 “우리 소관 아냐” 책임 떠넘기기

2025-09-28     이명진 기자
경주시가 조성한 심곡 저수지 명품 둘레길 일부 구간. 낚시꾼 차량에 부서진 안전 펜스가 수개월째 방치돼 있어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주시가 시민 세금 55억원을 투입해 조성한 ‘심곡 저수지 명품 둘레길’이 준공도 마치기 전에 관리 부실로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낚시꾼 차량에 부서진 안전 펜스는 수개월째 방치되고, 일부 시설은 안전사고 위험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경주시는 “농어촌공사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된 이 사업은 올해 1월 1.9㎞ 길이의 둘레길 조성을 완료했다. 하지만 현장은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둘레길의 안전 펜스는 낚시꾼 차량 충돌로 부서진 채 수개월째 흉하게 방치돼 있었고, 일부 쉼터 정자는 처마가 비정상적으로 낮아 이용객들이 머리를 부딪힐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둘레길 주변은 무성한 잡풀로 뒤덮여 해충이나 뱀 출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시민은 “준공도 안 됐는데 벌써 이런데, 앞으로는 더 엉망이 될 것”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주시가 조성한 심곡 저수지 명품 둘레길 일부 구간. 낚시꾼 차량에 부서진 안전 펜스가 수개월째 방치돼 있어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는 관리·감독 책임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시설물 파손과 안전 미비 문제가 불거지자 경주시는 책임을 농어촌공사로 돌렸다.

시 관계자는 “안전 펜스 파손은 농어촌공사 관리라 연락을 취했으며, 빠른 조치를 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행정기관들이 서로 눈치만 보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위험에 방치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시민 안전은 뒷전인 채 서로 책임을 미루는 탁상행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박모(59)씨는 “‘명품’이란 간판 뒤에 숨어 행정의 무능과 책임 회피가 반복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 몫”이라며 “경주시는 더 이상 변명 대신 명확한 책임 규명과 즉각적인 관리·보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공시설이 준공 전부터 망가지는 것을 보며 ‘명백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