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국대 학사구조개편 반대 비대위 ‘기초학문 보호 촉구’ 성명 발표
28일 낮 12시 대학 정문서 대학 입학정원조정·인문학전공통폐합 반대 기자회견 개최
2025-10-27 황해득 기자
이번 성명은 최근 지방대학 전반에서 ‘대학 경쟁력 강화’와 ‘대학 체질 개선’을 명분으로 추진돼온 학사 구조 개편이 결과적으로 기초학문 분야의 급격한 축소와 소멸로 이어지고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다.
교수들은 대학과 정부 차원의 지방대학 인문학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립경국대학교는 2023년 전통문화 기반 인문 특성화를 주제로 ‘글로컬대학30’ 사업 (5년간 총사업비 약 1000억원)에 선정돼 지역 인문학 발전을 위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최근 신입생 충원율 급감에 따른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인문·문화학부 내 전통 인문학 전공들이 통합 또는 폐지 위기에 놓였다.
국립경국대학교는 2023년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당시 교육부에 제출한 실행계획서에서 2027년까지 입학정원 감축 계획을 자체적으로 제시했음에도, 이를 마치 교육부의 지침인 양 해석하며 2026년 3월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정원 조정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입학정원 감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전공 통폐합이 동시에 추진되면서 대학 내부의 반발과 혼란이 커지고 있다.
인문·문화학부 교수들은 ‘K-인문 육성’을 내세운 글로컬대학 실행계획서의 일부 내용이 오히려 인문학 전공 통폐합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2025학년도부터 학부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만큼 정원 조정 논의는 현행 학부 체제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대학 본부가 과거 학과 체제의 지표를 근거로 충원율이 낮았던 전공의 통폐합을 요구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또한 2025년 학사 구조 개편 이후 신입생이 2학기 때 전공을 선택하도록 제도가 변경됐음에도, 대학이 전공별 정원(TO) 기준을 일방적으로 폐지하면서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를 다시 전공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국립대학의 기초학문 보호 의지가 부족함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인문·문화학부 교수들은 신입생·재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하락은 전국 지방대학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위기라며, 이를 인문학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립경국대학교가 위치한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릴 만큼 풍부한 인문·문화적 자산을 지닌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인문학을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정작 실질적인 인문학 육성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인문·문화학부 교수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향후 국회와 정부 등을 상대로 기초학문 보호 대책 마련을 지속해서 촉구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인문학 연구자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기초학문 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지지 서명을 확산하고, 대학 안팎의 연대와 공감대를 넓혀갈 방침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인 김남기 한자문화콘텐츠전공 교수는 “현재 대학의 학사 구조 개편 논의는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인문학 죽이기’의 전형을 보인다”며 “본교 인문학은 학문 발전과 우수 인재 양성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해 왔으며, 우리 대학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중심에 서 있었다. 글로컬대학에 걸맞은 인문학 육성 방안을 마련하기는커녕 단순한 지표를 내세워 향후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 될 인문학 전공을 폐지하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