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항소 포기, 檢 흔들고 정국 달궜다… 대장동, 다시 정계의 뇌관으로
수사팀 “윗선 지시로 항소 못 해”… 내부망 통해 이례적 반발 정진우 지검장 전격 사의… 지휘부 책임론 불붙어 법무부 반대가 결정적 역할… 검찰 독립성 논란 재점화 국민의힘 “방탄 지시… 정권 차원 국기문란” 총공세 민주당 “기계적 항소 관행 탈피… 정치검찰의 항명” 맞불
검찰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수사팀은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주장하며 이례적으로 공개 반기를 들었고, 정치권은 정권 외압이냐 검찰 항명이냐를 두고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항소 포기… 배임 혐의 축소와 ‘실익 없다’ 판단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일 자정까지 대장동 사건 피고인 5명에 대한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항소 시한이 지나면서 1심 판결은 사실상 확정 수순에 돌입했다. 피고인들은 모두 항소한 상태지만,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항소심에선 형량을 높일 수 없게 됐다.
1심 재판부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 김만배 씨에겐 징역 8년과 추징금 428억원을 선고했다. 남욱·정영학 변호사는 각각 징역 4년과 5년, 공사 내부자인 정민용 변호사에겐 징역 6년과 벌금 38억원, 추징금 37억여원이 내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화천대유에 유리한 사업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입히고, 민간에 7886억원의 부당이익을 몰아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손해액을 명확히 특정하기 어렵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업무상 배임만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당초 내부적으로 항소 방침을 세웠지만, 대검 반부패부와 법무부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 수사팀 “윗선 지시로 항소 못 해”… 검찰 내부도 뒤흔든 결정
항소 포기 다음 날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지만, 수사팀의 조직적 반발이 이어지며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항소 결재는 모두 완료됐지만, 대검과 법무부의 지시로 제출하지 못했다”고 공개했다.
그에 따르면 수사·공판팀은 1심 선고 직후 만장일치로 항소 결정을 내렸고, 서울중앙지검도 이를 승인해 대검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검이 재검토를 요구하며 이를 반려했고, 항소 마감 7분 전 지휘라인을 통해 ‘불허’ 방침이 전달됐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사실심 판단조차 생략한 건 이례적”이라며, “항소 기준도 충족된 만큼 실체 규명을 위해 항소심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 판단에 수뇌부가 굴복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왔다. “지검장이 진정 책임을 지려 했다면, 항소장을 낸 뒤 사의를 표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은 9일 “법무부 의견도 참고하고, 판결 내용과 사건 경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며 “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무부는 물론 대통령실 개입 의혹까지 거론되며 이번 사안은 단순한 내부 절차 논란을 넘어 정국 전반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 여야 격돌… “방탄 지시” vs “법리 자제”
정치권은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을 두고 강하게 맞붙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 방탄용 수사외압”이라며 총공세에 나섰고, 더불어민주당은 “법리 판단에 따른 자제”라고 반박했다.
장동혁 대표는 “포기할 것은 항소가 아니라 수사지휘권”이라며 “이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검찰이 백기투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 지검장의 사의에 대해 “죄는 아버지가 지었는데 아들이 감옥 가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번 결정은 정권 차원의 조직적 국기문란”이라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이 과거 ‘1심 무죄는 항소하지 말라’고 했던 발언은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검찰은 자살했다”며 관련자 전원의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은 공수처의 즉각 수사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청문회 추진을 공식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해 “항소 포기 아닌 법리상 자제”라며 방어에 나섰다. 장윤미 대변인은 “기계적인 항소 관행을 끊자는 내부 방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고,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항소 기준에도 미달한 사건을 억지로 대통령과 연결하는 건 무리한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검찰의 항명과 조작 수사를 끝내기 위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전현희 최고위원, 조국 전 장관 등도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기 위해 회유·협박까지 동원했다”며 정치검찰 해체와 공소 취하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