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완의 개통, 포항 ~ 영덕간 동해안고속도로

박승호 전 포항시장

2025-11-09     대경일보
▲ 박승호 전 포항시장
지역 발전을 위하여 절실한 애착을 가지면 국가의 대동맥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그 당시의 열정을 다시 한번 되살려 본다. 지난 포항시장 재임 시절, 포항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영일만대교’는 단순한 순환 도로망 구축을 넘어, 포항이 해양관광 거점도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일념 하나로 계획되었다.

‘영일만대교’라 작명하고 동분서주하니, 모두가 뜬금없는 이야기라며 핀잔을 주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은 못 할 것이 없다.”는 믿음으로 밀어붙였다. 당시 우리나라 고속도로망은 남북 7축, 동서 9축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중 남북 7축의 하나인 동해고속도로 노선은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을 거쳐 오어사 방향으로 포항을 접속하고, 경주 위덕대학교 뒤편을 지나 보경사를 거쳐 영덕과 삼척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이 고속도로망을 영일만 횡단노선으로 변경하기 위해 쏟았던 열정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우리 시는 자체 기획안을 만들어 국토교통부를 설득했고, 이어 기획재정부를 설득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 사업에 선정되었을 때의 보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예타 당시 KDI와 청와대의 반대는 물론, 지역 일부 국회의원까지 반대해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경제성과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당시 실무과장을 시켜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를 수차례 찾아가 경제성 분석을 의뢰하고, 국방부·계룡대·묵호 제2함대사령부 등 관계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끝없이 설득했다. 그 결과,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노선은 예타를 통과(반면 영덕~삼척 구간은 탈락)하였고, 국토교통부의 타당성조사 용역을 거쳐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를 열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2011년 11월 30일 국토교통부 장관 고시로 동해고속도로 노선을 영일만 횡단노선으로 최종 변경하게 되었다. 이후 한동대학교에서 영덕까지 31km 구간을 우선사업으로 추진해 오늘 준공의 기쁨을 맞이하게 되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재정부가 영일만 횡단 구간의 총사업비를 ‘장래계획’으로 보류하면서, 당시 국토교통부 직원의 “영일만대교는 시간이 약입니다”라는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때 중앙부처의 최종 의견은 “영일만대교 총사업비까지 한꺼번에 확보하려다가는 야당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더는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당시 영일만대로가 이미 건설 중이었기 때문에 영일만 횡단노선을 다소 늦게 착공하더라도 우선 영일만대로를 활용하고 총사업비 변경을 통해 적정 시기에 영일만대교를 착공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가 준공된 지금까지도 총사업비 변경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누구를 원망한들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 포항~영덕 간 동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영일만대로의 교통 체증은 불 보듯 뻔하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앞으로 지역 정치인들의 의지와 역할에 달려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