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75시간… 끝내 구조 못 해 송구” 정부, 발파 해체 나선다
구조 진전 없는 현장…정부, 위험 요소 제거 위해 결단 붕괴 위험 남은 4·6호기 발파 방식 해체 추진 “모든 구조, 가족과 함께”…중수본, 전 부처 총동원 방침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나도록 실종자 구조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 붕괴 위험을 차단하고 구조 작업을 재개하기 위해 5호기 양옆의 4·6호기를 발파 방식으로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겸 중앙사고수습본부 공동본부장은 9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후문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청해 “사고 수습 책임자로서 매우 송구하다”며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구조에 나서기 위해 4·6호기 해체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사고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고, 구조 과정 역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붕괴된 5호기 좌우에 위치한 4호기와 6호기 타워의 추가 붕괴 가능성 탓에 대규모 장비나 인력 투입에 제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8일에는 타워에 설치된 기울기 감지 센서가 작동하면서 구조 작업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부는 소방당국과 민간 전문가, 유족들과의 협의를 거쳐 발파 해체 결정을 내렸다.
김 장관은 “기술적·구조적 진단 결과 두 타워를 동시에 해체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이지만, 발파 자체가 위험한 작업인 만큼 끝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발파 시점은 “사전 안전 조치가 모두 완료된 뒤 국민께 보고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재개된 수색 작업에서는 약 30분 만에 시신 1구가 수습됐다. 사망자는 사고 당일 구조물에 팔이 낀 채 구조를 기다리다 다음 날 새벽 숨진 40대 남성 작업자 A씨로 확인됐다.
A씨는 당시 의식이 있었고 구조대가 진통제를 제공했지만, 철제 빔에 팔이 끼어 구조가 지연되면서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매몰자 7명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됐고, 2명은 사망 추정 상태, 나머지 2명은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잔해 틈 사이로 신체 일부가 확인된 2명을 구조하려 했지만, 4·6호기 해체 준비에 따라 이날 낮 12시 30분 구조대를 철수시키고 드론 수색만 진행 중이다.
중수본은 현대중공업 등 민관 전문가들과 협업해 발파 해체를 위한 사전 작업을 이번 주 내 마무리하고, 해체 이후 구조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김 장관은 “앞으로 모든 구조 과정은 가족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정부, 민간, 피해자 가족, 울산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정부가 한마음으로 구조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내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7명의 작업자가 매몰됐으며, 현재까지 3명의 사망이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