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진 사진전 ‘노에마’보이는 것 너머, 존재와 의식의 교차점
2025-11-10 김희동 기자
강 사진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연꽃 사진 전시를 넘어, 현실과 의식, 존재와 사유의 경계를 탐구하는 심층적 시각예술의 장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연꽃을 중심 소재로 삼아 20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이 제시한 ‘노에마’ 개념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노에마란 ‘보이는 것 너머 존재하는 본질’을 의미하며, 사진에서는 물리적 현실과 관념적 세계가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작가 노트에서 그는 “눈에 보이는 현실 위에 또 하나의 자연을 포개어,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한 순간 머무는 기적, 생명의 경이와 신비를 빛과 색으로 기록한다”고 밝힌다. 작품 속 연꽃은 실재하는 자연물이지만, 작가의 카메라와 구성, 빛과 그림자의 활용을 통해 현실의 연속성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고, 관람자의 의식(노에시스)과 맞닿는 순간 새로운 의미(노에마)를 생성한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들은 단순한 시각적 재현을 넘어, 존재의 근본적 질문과 인간 내면의 사유를 촉발한다.
강 작가의 사진은 ‘사라지는 순간’을 오래 붙잡는 데서 출발한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 색과 무채색 사이, 삶과 죽음이 맞닿는 지점에서 그는 고요하지만 수많은 이야기가 숨쉬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노에마’ 속 연꽃은 피고 지는 시간을 통해 생명과 존재를 기록하며, 곤충은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영혼의 메시지로 기능한다. 이러한 접근은 사진을 단순한 대상 기록이 아니라, 관람자와의 의식적 상호작용을 포함한 철학적 매체로 재정의한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작가가 역사적·존재적 맥락을 작품에 결합한 방식이다. 연꽃이라는 보편적 상징을 매개로, 강덕진은 작은 생명 속에 깃든 창조적 신비를 드러내고, 관람자에게 존재와 의식, 삶과 죽음의 경계를 성찰하게 한다. 「노에마」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며, 현대 사진예술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형이상학적 이미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관람자의 의식과 맞닿아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경험적 전시다. 작가는 “보이는 현실 너머의 세계, 우리의 관념 속 생명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고 말하며, 관람자에게 ‘무엇을 보았는가’를 묻는다. 현실을 잠시 멈추어 세우는 그 순간, 사진 속 생명은 존재의 언어로 피어나고, 관람자는 존재와 의식,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에 서게 된다.
결국 강 작가의 ‘노에마’는 시각적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가 결합한 현대 사진예술의 중요한 시도로, 관람자에게 보이는 세계를 넘어 존재와 의식의 깊이를 체험하게 한다. 그의 사진은 자연 기록을 넘어, 인간 존재와 삶, 죽음, 그리고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성찰적 경험을 제공하며, 현대 사진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 강덕진 작가는 신라미술대전, 경상북도 사진대전, 서울미술대전 등에서 초대작가로 활동했으며, 경주예술의전당, 중국 서안 박물관 등 국내외 유수 기관에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개인전과 국내외 그룹전 120여 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전국 문화유산 사진 공모전 금상, 부산 국제신문 사진 공모전 금상 등 다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사진 매체를 통해 존재론적 사유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