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 尹, 내일 채상병 특검 첫 출석… 외압·도피 의혹 본격 수사
두 차례 소환 불응 끝에 11일 오전 출석… 강제구인은 피해 ‘임성근 제외 지시’ 등 직권남용·범인도피 혐의 집중 조사 전망 특검 “한 번에 끝나기 어려워… 추가 조사도 검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1일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10일 언론 공지를 통해 "윤 전 대통령 변호인이 내일 오전 10시에 출석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석 사실을 확인했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입할 예정이다. 통상 주요 피의자는 1층 로비를 통해 조사실로 이동하지만, 특검은 현장 안전과 측의 요청 등을 고려해 지하 출입을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 보안 관계자들이 특검 사무실을 방문해 지하 진입 경로와 출입문 위치 등을 사전 점검했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달 23일과 이달 8일 두 차례 윤 전 대통령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각각 변호인단 사정과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응했다. 출석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번 출석으로 강제구인 상황은 피하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른바 ‘VIP 격노’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 초동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키려 한 의혹도 받고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해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 관계자는 “조사량이 많아 한 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우선 수사외압 의혹을 중심으로 조사한 뒤, 이 전 장관 관련 혐의도 이어서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출석은 특검 출범 133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대면 조사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