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야권 대권주자에 '2430년' 초유의 중형 구형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 튀르키예 검찰, 부패·간첩 등 142개 혐의로 기소

2025-11-11     김민지 기자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 시장. AFP 연합뉴스

튀르키예 검찰이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에크렘 이마모을루 전 이스탄불시장에게 무려 징역 2430년을 구형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스탄불검찰청은 11일(현지시간) 시청 비리 사건과 관련해 이마모을루 전 시장과 관계자 402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공소장에는 뇌물수수와 사기, 입찰 조작, 범죄수익 세탁, 개인정보 유출 등 142개 혐의가 적시됐다.

검찰은 이마모을루 전 시장이 90여 명 규모의 ‘테러 조직’을 꾸려 범죄 행위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공공 손실이 1천600억 리라(약 5조5천억 원), 달러 기준 2천400만 달러(약 35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마모을루 전 시장은 지난 3월 체포돼 현재 구금 중이다.
그는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했던 야권의 대표 주자였으나 체포 당시 대학 졸업 자격이 취소되면서 사실상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됐다.

검찰은 이마모을루 전 시장이 ‘페툴라르 귈렌 테러조직’(FETO)의 지원을 받았으며, 공범인 휘세인 귄은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계됐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 모두 튀르키예 정부가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단체다.

이에 대해 공화인민당(CHP) 측은 즉각 반발했다.
CHP 이스탄불지부장 외즈귀르 칠레크는 X(옛 트위터)를 통해 “검찰의 기소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악의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튀르키예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우리는 공화국을 세운 정당이며, CHP는 국민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임기가 2028년에 끝날 예정이지만, 조기 대선 혹은 헌법 개정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번 기소가 차기 정권 교체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