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없다”는 법무부, “사실상 압박” 주장한 검찰… 대장동 진실공방 가열

정성호 장관 “지시 없었다… 신중한 판단만 요청” 해명 노만석 대행 “선택지 제시·수사지휘권 언급까지” 내부 진술 대검 연구관·과장들 집단 반발… 사퇴 요구도 이어져 수사지휘권 언급 놓고 “통상적 조율” vs “명백한 외압” 시각 갈려 검찰총장 대행 체제 흔들… ‘대행의 대행’ 가능성도 거론

2025-11-12     이승원 기자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외압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법무부는 "신중한 판단을 요청했을 뿐"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내부 발언에서 사실상 압박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은 확산일로다.

검찰은 항소 시한이던 지난 7일 밤까지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법무부 장·차관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며 반발했다.

노 대행은 9일 “법무부 의견은 참고했지만, 검찰총장 대행으로서 최종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틀 뒤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선 “이진수 법무부 차관이 항소 우려를 전하며 사실상 포기를 전제로 한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고, 수사지휘권 발동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말했다. 

대검 연구관들과의 면담에서도 “용산과 법무부, 검찰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공식 해명과는 온도차가 크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12일 국회 예결위에서 “지시나 외압은 없었다”며 “지휘할 생각이 있었다면 서면으로 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검에서 항소 필요성을 언급해 ‘신중히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견만 전달했다”고도 했다. 대통령실과의 교감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조차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 차관 역시 “노 대행과 통화한 건 맞지만, 선택지를 제시하거나 지휘권을 언급한 적은 없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가 법무부 검사들을 상대로 항소 포기 과정을 설명하면서 검찰청법상 수사지휘권 조항을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항소하지 않았다면 지휘권이 발동됐을 수 있다는 신호처럼 들렸다”고 전했다.

법조계 시각도 엇갈린다. “법무부와의 조율은 통상적 절차”라는 입장과 함께, “민감한 사건에서 항소 포기는 더 높은 정당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사장은 “검찰과 법무부의 상의는 일상적이다. 이번 사건만 문제 삼는 건 유체이탈”이라고 했고, 전직 고검장은 “노 대행의 언급은 법 논리 바깥에서 내려진 결정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검찰 내부 반발도 거세다. 대검 연구관들은 “공소유지 의무를 포기했다”며 입장문을 냈고, 대검 과장과 부장들도 사퇴 요구와 경위 설명을 촉구했다. 노 대행은 전날 연차를 내고 거취를 고심했으나, 12일 출근길엔 관련 질문에 침묵했다.

노 대행이 물러날 경우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를 맡는다. 2009년과 2022년에도 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 돼 선임 부장이 총장 권한을 대행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태는 검찰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조직 내 리더십 공백 우려로도 이어진다. 반면 내부 반발이 격화된 상황에서 노 대행이 자리를 지킨다고 해도 리더십을 발휘하긴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진영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은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정부·여당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 무의미하다고만 보긴 어렵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명확한 대안 없이 사퇴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