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불참에 야당 퇴장, 법안 부결… “민생은 통과, 협치는 실종”된 본회의장
김윤덕 국토부 장관 본회의 불참에 국민의힘 “국회 무시” 반발 야당 퇴장 속 여야 합의 항공보안법, 민주당 주도로 부결 회의장선 “한주먹거리” 등 고성·막말… 품격 논란 재점화 납품단가 연동제·전기차 안전 등 민생법안 53건은 무난히 통과
국회가 13일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법안 54건 가운데 53건을 처리했지만, 여야는 또다시 ‘반쪽짜리 협치’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의 불참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하면서 일부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회의장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등 소란이 빚어졌다.
이날 국회는 원자력안전위원 추천안,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이견이 없는 법안들을 순조롭게 처리하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관 법안 19건 등도 무난히 통과됐다.
하지만 오후 4시쯤 분위기가 급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법안 상정을 앞두고 “김윤덕 장관이 일정 문제로 본회의에 불참하게 됐으며, 본인도 불찰을 인정했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항의가 터졌다. “상습적 불참”이라며 국회 무시라는 비판이 이어졌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곧바로 퇴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무위원이 법안 처리보다 중요한 일이 뭐가 있느냐”며 “국회가 일개 장관의 일정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도 “야당과의 사전 조율 없이 본회의를 빠졌다”고 지적했다.
논란은 항공보안법 개정안 부결로 이어졌다. 이 법안은 지난해 무안공항 제주항공 사고를 계기로 여야가 합의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는 재석 155명 중 찬성 75명, 반대 45명, 기권 35명으로 부결됐다. 과반(78명) 찬성에 미치지 못한 결과였다.
표결에 참여한 155명은 대부분 민주당과 범여권이었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다수 의원들이 기권하거나 반대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민주당이 부결을 주도한 셈이다.
회의장에서는 김준혁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 거 다 부결시켜라”라고 외치는 장면도 포착됐다. 국민의힘은 “유족이 바라는 민생법안까지 정치 보복으로 폐기한 것은 유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 법안을 감정적으로 부결시킨 것은 치졸한 행태”라고 비판했고, 김은혜 의원도 “아무리 우리가 미워도 법안까지 미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회의장 안팎에선 고성과 막말도 오갔다. 송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떠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본회의 하자니까 어디 가느냐”고 소리치자,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라고 맞받아쳤다. 송 원내대표는 이후 “쟤 이름이 뭐냐. 참담하다”고 말했다.
최은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은 국회 품격을 훼손한 일”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다만 대부분의 민생법안은 예정대로 통과됐다. 납품대금연동제 적용 대상을 에너지 요금으로 확대하는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은 재석 226명 중 221명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지하 등 취약 주거지 거주자 보호를 위한 주거기본법 개정안도 재석 157명 중 156명 찬성으로 통과됐다. 택배노동자 보호를 위한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 전기차 배터리 정보 제공 의무화 등도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했다.
한편 반도체특별법과 ‘K-스틸법’(철강산업 지원법)은 여야 협의를 거쳐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이날 국회는 11월분 국회의원 수당 중 0.5%를 국군 장병 위문금으로 갹출하는 안건도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