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노래자랑’ 구청장 무대서 춤춘 간부들… ‘공무 출장’ 처리 논란

무대 선 간부 8명 전원 출장 신청… 일부는 사전 준비도 “자발적 참여” 해명에도 성별 편중·공직윤리 도마 위 노조 “공무원 들러리 삼아 자존감 무너뜨려” 강력 비판

2025-11-13     이승원 기자
지난 6일 열린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편에서 문안 광주 북구청장이 여성 간부 공무원들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북구청의 여성 간부 공무원들이 구청장의 ‘전국노래자랑’ 무대에 백댄서로 올라서기 위해 ‘공무 출장’을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무대에 오른 공무원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성인지 감수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KBS ‘전국노래자랑’ 광주 북구편은 지난 6일 오후 2시 동강대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2시간 30분간 진행된 녹화에는 문인 북구청장과 북구의회 의원들, 주민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이날 문 구청장은 무대에 올라 가수 윤수일의 ‘아파트’를 불렀고, 북구청 소속 국·과장급 여성 간부 공무원 8명이 선글라스와 스카프를 착용한 채 무대 뒤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들은 자치행정국장, 가족복지국장, 보건소장, 주민자치과장, 체육관광과장, 오치1동장, 동림동장, 중흥동장 등으로, 모두 녹화 당일 ‘공무 수행’을 명목으로 출장 신청을 냈다.

이 중 자치행정국장과 주민자치과장은 전날에도 사전 논의 명목으로 1시간 30분가량의 출장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는 13일 성명을 내고 “공무원들을 들러리로 세워 조직 내 자존감을 훼손했다”며 “자발적 참여였더라도 이를 용인한 구청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도 “백댄서 역할을 공무 수행으로 출장 처리한 것은 명백한 세금 낭비”라며 “여성 간부 공무원들을 무대에 동원한 행위는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출장비 지급 여부도 논란이 됐다. 북구청 관계자는 “별도의 출장비는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북구청 출장 규정상 북구 관내라도 4시간 이상 출장에는 2만원의 수당이 지급될 수 있다.

국장급 공무원의 출장 결재는 부구청장 혹은 안전총괄과장이 승인하게 돼 있어, 구조적으로도 책임소재가 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커지자 문인 북구청장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해당 무대는 주민과 흥을 나누기 위한 순수한 행사였으며, 무대에 오른 간부 공무원들은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면서도 “여성 간부들만 참여하게 된 점에 제기된 우려의 목소리는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어 “사전 연습이나 출장비 지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주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 조직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준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무대에 올라 춤을 춘 간부 공무원 중 한 명도 “구청장이 들러리 역할을 지시한 적은 없었다”며 “예기치 않게 논란을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