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또 日벽 못넘었다… 평가전서 4-11 대패 수모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전 연패 굴레를 끊지 못한 채 또 한 번 대패를 기록하며 대표팀 간 격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류지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야구 대표팀은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첫 경기에서 일본에 4-11로 역전패했다. 경기 초반 홈런 두 방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불펜이 급격히 흔들렸고 4회와 5회를 넘기지 못한 채 승부의 흐름을 내줬다.
한국은 4회초 안현민(kt wiz)의 투런포와 송성문(키움)의 솔로 아치로 3-0을 만들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일본 선발 소타니 류헤이를 상대로 3회까지 단 한 명도 출루하지 못했던 타선은 상대가 불펜을 가동하자마자 폭발했다. 신민재(LG)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안현민이 시속 144㎞ 직구를 통타했고, 이어 송성문이 또 하나의 아치를 그렸다.
그러나 흐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선발 곽빈(두산)은 3회까지 퍼펙트에 가까운 투구로 일본 타선을 틀어막았지만 팀이 앞서기 시작하자마자 4회말 급격히 제구가 흐트러졌다.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뒤 좌익수 방면 2루타, 연속 적시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1사 1, 3루를 남기고 마운드를 넘겼지만 구원 투수 이로운(SSG)도 일본 타선을 끊지 못했다.
한국 벤치는 5회에도 대응에 실패했다. 이닝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김택연이 조기 강판됐고, 이어 투입된 이호성(삼성)은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며 좌중간 3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후에도 볼넷과 몸맞는 공이 이어지며 무사 만루를 자초했고 결국 세 번째 투수 성영탁(KIA)까지 투입됐지만 6점을 한꺼번에 내주며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기울었다.
이날 한국 투수진은 총 11개의 사사구를 내줬고 12안타를 허용했다. 타선 역시 6안타에 그쳤는데, 그중 절반이 신민재 혼자 기록한 3안타였다. 홈런을 친 두 타자 외에는 대부분 침묵했다.
패배 뒤에는 MLB 규정이 적용된 이번 대회의 특수성도 도마에 올랐다. 자동볼판정(ABS)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볼 기준에 흔들렸고, 구원투수가 최소 3명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의무 규정 때문에 벤치의 교체 타이밍도 제약을 받았다. 최근 두 시즌 동안 ABS 환경에 익숙해진 투수들이 인간 심판의 넓은·좁은 스트라이크존을 적응하지 못한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피치 클록 차이 역시 패배를 키웠다. KBO의 20초·25초와 달리 이번 대회는 주자 상황에 따라 15초·18초 규정을 사용한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이민석(롯데)은 첫 타자 초구에서 피치 클록 위반을 범해 볼카운트를 헌납했고, 결국 볼넷과 실점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마지막 일본전 승리는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4-3 역전승)이다. 그 뒤 2017년 APBC 예선을 시작으로 10경기 연속 패배가 이어졌다.
한국은 16일 같은 장소에서 다시 한 번 일본전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