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에서 ‘애물단지’로… 샤인머스캣의 추락
‘황금포도’ 신화는 끝… 값 폭락에 생산비도 못 건져 거봉·캠벨얼리로 회귀… 기로에 선 샤인머스캣 시장
-과일의 '에르메스'로 불리며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던 샤인머스캣이 이제는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당도가 높고 향도 좋으며 씨까지 없어 인기 절정이었던 샤인머스캣은 2020년 2㎏ 한 상자당 3만∼5만원에 거래됐다. 선물용은 한 송이에 2만원 안팎에 팔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자당 가격이 1만∼2만원대로 크게 하락해, 이제는 거봉·캠벨얼리보다 저렴한 수준이 됐다.
김천에서는 5년 전만 해도 샤인머스캣 2000㎡(약 605평)를 재배하면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부로 불렸다. 당시 산지 공급가격 기준 한 송이에 1만2000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엔 4000원, 올해는 3000원으로 반의 반 토막이 났다.
같은 면적을 재배해도 조수입은 3000만원 남짓에 불과하고, 인건비와 자재비를 제외하면 순수익은 1000만원도 안 된다. 벌써 샤인머스캣을 포기하고 대체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가격 폭락의 원인은 경북 지역에 집중됐던 재배가 강원, 제주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김천이 '샤인머스캣 주산지'라는 개념조차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김천 지역 재배 농가들은 다시 거봉이나 캠벨얼리로 돌아가거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있다.
김천 지역 포도농가 A(52·어모면)씨는 올해 6월 전체 재배면적 1만3900㎡ 중 3300㎡에 거봉을 새로 심었다. 그는 7년 전 샤인머스캣의 가능성을 보고 기존 거봉을 뽑고 전부 샤인머스캣으로 바꿨다.
그러나 샤인머스캣 시세는 202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거봉은 도매 시세가 아무리 떨어져도 2㎏ 중품 기준 5000원은 유지돼, 앞으로 거봉 재배 면적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다만 기존 나무를 제거하고 새 묘목을 심으면 최소 3년은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농가로선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재배 기간 동안의 기대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샤인머스캣이 농가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샤인머스캣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어난 데다 품질도 낮아져 소비자들이 잘 찾지 않게 됐다"며, "한 송이 1㎏ 제품보다 600∼650g 정도의 크기에 적당한 당도를 갖춘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