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현 검찰총장 대행, '조용한 출근'… 첫날부터 신중 행보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 속 첫 출근… 취재진 질문엔 침묵 정성호 장관 예방하며 상견례… “인사차 방문” 검찰개혁 조율·조직 안정 ‘이중 과제’… 로키 행보 이어갈 듯

2025-11-17     이승원 기자
구자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첫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 후 사퇴한 노만석 전 대검 차장검사의 후임으로 임명된 구자현 신임 대검찰청 차장검사(사법연수원 29기)가 17일 첫 정식 출근하며 검찰총장 직무대행으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구 대행은 이날 오전 9시쯤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도착했다. 현안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고, 청사 앞에서 대기 중이던 직원들과 기자들을 향해 세 차례 허리 숙여 인사한 뒤 조용히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과 후속 징계 논의 등 민감한 사안이 산적한 가운데, 첫 출근부터 신중한 행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후에는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예방했다. 오후 2시쯤 법무부 청사에 도착한 구 대행은 "장관님 신고차 왔다"고 짧게 말한 뒤, 현안 질의에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면담 장소로 향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통상적인 취임 인사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구 대행은 지난 14일, 노 전 대검 차장이 퇴임한 당일 ‘원포인트 인사’를 통해 서울고검장에서 대검 차장으로 보임됐다. 직무대행 임명 직후에는 “검찰 조직이 안정되고 맡은 본연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짧게 밝히기도 했다.

주말인 15일에도 대검 청사로 출근해 참모진인 대검 부장들과 면담을 갖고 주요 사안에 대한 보고를 받는 등 빠르게 업무 파악에 나섰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꼽히는 구 대행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앙지검 3차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대변인 등을 지내며 수사와 기획, 공보를 두루 경험했다. 특히 법무·검찰개혁단장을 맡아 검찰개혁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 기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인사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로 촉발된 내부 반발과 정치권의 검사 징계 압박이 동시에 진행되는 엄중한 시점에 단행됐다. 구 대행은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흐름에 발맞추는 한편, 항소 포기 사태로 분열된 검찰 내부를 추스르고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동시에, 보완수사권 등 세부 현안을 두고 내부 의견을 수렴해 당정과의 조율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출근 첫날부터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공개 발언을 자제한 구 대행의 태도에 대해 “갈등 확산을 막기 위한 신중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현안이 예민한 만큼, 차분한 분위기에서 조직을 정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