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다카이치 '대만 개입 발언'에 "오키나와는 일본이 아니다" 역공세

관영매체, 오키나와 현지 영상 공개… “류큐는 식민지화된 독립 왕국” 中 외교·군사·여론 총공세… “필요하면 류큐 지위 다시 제기할 권리 있어” 센카쿠 해역 순찰까지… 대만발 갈등, 영토 문제로 확산 조짐

2025-11-17     최서인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엑스 캡처

중국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에 반발해 류큐열도(오키나와)의 귀속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오키나와를 일본 영토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중국 관영 매체 보도까지 나오며 여론전 수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가 소유한 관영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15일 오키나와 현지 취재 형식의 영상을 통해 “류큐는 일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전했다. 

영상에는 오키나와 출신 음악가이자 평화운동가인 로버트 가지와라가 등장해 “1879년 일본이 류큐를 침략·합병해 오키나와현으로 강제 개칭한 것은 식민지화의 시작”이라며 “우리는 일본과 구별되는 고유한 문화·언어·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중일 충돌 시 류큐에 주둔한 일본군이 주요 공격 대상이 돼 큰 재앙이 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차이나데일리 보도는 다카이치 총리가 7일 국회 답변에서 “대만 유사시 전함 사용은 존립위기 사태로 볼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이어진 중국 측 대응 가운데 하나다. 중국은 외교 경로뿐 아니라 군 매체, SNS, 학술 연구기관 등을 총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중국군 계열 매체 ‘화산치옹지엔(華山穹劍)’은 12일 “일본이 중국 핵심 이익에 계속 도전한다면 중국은 국제법에 따라 류큐 지위 문제를 다시 제기할 완전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표적 소셜미디어 위챗 계정인 ‘치디공줘스(起底工作室)’도 유엔 주재 중국 부대표의 “일본은 오키나와인에 대한 차별을 중단하라”는 발언을 강조하며 일본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연이어 확산시키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류큐는 일본 영토가 아니다”, “2차대전 범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반일 여론’에 불을 지피는 분위기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류큐는 독립 왕국으로 명·청 시절 중국의 번속국이었으며, 청조는 일본의 합병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달리 공식 영유권 주장을 하지는 않지만, 오키나와의 역사적 귀속을 문제 삼아 일본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 2023년 6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고적 보관소인 국가판본관을 방문해 ‘오키나와 사신록’ 관련 설명을 듣고 “푸젠성과 오키나와의 교류 역사는 깊다”고 언급했고, 당시에도 관영 언론들은 이를 집중 보도하며 ‘류큐 역사론’에 불을 붙였다. 또 중국 다롄해사대학교에는 지난해 ‘류큐연구센터’까지 설립되며 중국 내 류큐 담론 확산의 거점이 되고 있다.

류큐열도는 한때 독립 왕국으로 존재하다 1879년 일본에 강제 병합돼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통치를 거쳐 1972년 일본에 반환됐다. 중국은 이 같은 병합 과정의 정당성을 부정하며 일본의 ‘무단 점령’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중국 해경이 센카쿠 열도를 순찰했다고 밝히는 등 동중국해에서의 실력행사도 함께 이어지는 가운데, 중일 갈등의 불씨가 영토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