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해안 ‘茶봉지 위장 마약’ 잇단 발견 초비상

우롱차 등으로 포장 바꾼 마약 제주 이어 포항서 발견 줄이어 단서 모자라 유입 경로 안갯속 투기시킨 주체조차 미궁 상태 국제 단속 공조 필요성 급부상

2025-11-17     강병찬 기자
경북 포항시 남구 임곡리 해변에서 발견된 우롱차 포장 형태의 마약 의심 물질. 동해지방해양경찰청 제공

국제 마약 조직의 신종 수법이 이제는 포항지역까지 뻗치고 있다.

최근 포항 해안에서 마약 의심 물질이 잇따라 발견되자 해경이 군, 세관, 시민단체 등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17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오도1리 해안에서 육군 50사단, 관세청, 한국해양안전협회 관계자 등 100여명과 마약 수색을 벌였다.

포항해경은 드론과 관세청의 마약 탐지견을 동원해 오도1리 해안을 비롯해 포항지역 해안 곳곳에서 마약 의심 물질이 있는지 확인했다.

포항에서는 최근 연이어 마약의심 물질이 발견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남구 동해면 임곡리 해안, 지난달 26일 북구 청하면 청진리 해안에 이어 이달 7일에는 북구 청하면 방어리 해안에서 각각 중국산 우롱차(鐵觀音) 포장 형태로 위장된 마약 의심 물질이 총 3㎏ 발견됐다.

이 중 청진리 마약 의심 물질은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식 결과 마약류인 케타민으로 판정됐다.

해경은 마약 의심 물질이 어떤 경로로 포항지역 해안으로 유입됐는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한편 이날 제주도 해안에서는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또다시 발견됐다.

지난 9월 말 이후 2달 가까이 되는 기간 벌써 13차례에 걸쳐 마약이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4시 30분께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가에서 한자로 茶(차)라는 글자가 적힌 은색 포장지 형태로 위장한 마약 의심 물체가 제주해안경비단 소속 경찰관에 의해 발견됐다.

해당 마약 의심 물체는 간이 시약검사 결과 케타민 1㎏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9월 말부터 현재까지 제주시 제주항·애월읍·조천읍·구좌읍·용담포구·우도 해안가와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총 13차례에 걸쳐 차(茶)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됐다.

해당 물체는 기존 중국 우롱차 봉지에 위장 포장된 케타민 약 1㎏과 똑같은 형태로 확인됐다.해경은 이날 오후 3시께 주변 해안가를 수색하던 중 또 다른 우롱차 봉지 위장 마약류를 발견해 수거했다.

이날 발견된 1건을 포함, 제주도 내 공식적으로 집계된 우롱차 봉지 위장 마약류는 두 달간 13번째다.

간이시약 검사 결과 모두 케타민으로 확인된다면 발견된 양은 총 32㎏에 달하며,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약 107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케타민은 마취제의 한 종류로 다량 흡입하면 환각, 기억손상 등 증세를 일으켜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문제는 처음 제주 바닷가에서 케타민이 발견된 지 40여 일이 지났지만, 어떻게 유입됐는지, 누가 버렸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경은 제주 해상 주변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단속을 피해 투기한 뒤 떠밀려온 것인지, 운반 과정에서 사고나 실수로 바다에 떨어뜨려 해류에 의해 떠밀려 온 것인지 등을 수사하고 있지만 유입경로를 밝히지는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미 4년 전, 동남아시아에서 같은 수법이 성행한 것으로 확인됐다.유엔마약범죄사무소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캄보디아 해안에서 465kg의 케타민이 차 봉지 형태로 발견됐고,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의 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2022년 아세안 마약관리국 보고서에서도 캄보디아에서 1년 사이 케타민 13.5톤을 압수했고 일부는 우롱차 봉지로 포장됐다고 밝혔다.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공항 검역을 피하기 위해 해상 운송을 이용한다고 지적했다.베트남 해안에서도 20kg의 케타민이 차 봉지 형태로 발견됐는데, 제주에서 발견된 포장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같은 해 캄보디아에서는 중국인 5명이 924kg의 케타민을 밀반출하려다 체포됐다.이 케타민은 한국과 타이완 등으로 보내질 예정이었는데 이 중 일부는 제주 우롱차 봉지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 단속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국제공조와 협력체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