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엎친데 고환율 덮친 포항 철강 ‘사면초가’

달러당 1465원… 외환위기급 원가 증가로 기업 채산성 악화 관세·불황 이어 ‘사중고’심화 잇단 악재에 산업 전반 위기감 K-스틸법 국회 법안소위 통과 포항 철강업계 난국 개선 기대

2025-11-19     이부용 기자
▲ 포항제철소 대표 제품인 냉연. 포스코 제공

 

 
 
▲ 포항제철소 대표 제품인 후판. 포스코 제공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65원까지 치솟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포항지역 철강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재료 수입 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 중국산 저가 물량, 글로벌 수요 위축이 겹치며 국내 철강 산업 전반이 구조적 위기에 빠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0.3원 오른 1465.6원을 기록하며 전날보다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철강업계는 장기 경영계획을 재검토하며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국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연료탄·석회석 등 주요 원재료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 상승은 곧 원가 증가로 이어져 기업 채산성 악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글로벌 철강시장은 수요 부진과 가격 경쟁 심화로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아 ‘역마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사들은 미국의 50% 고율 관세, 중국산 저가 공급,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 등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에서도 철강 관련 조치는 단 한 줄도 포함되지 않아 업계의 허탈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9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7억8958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미국은 한국 철강 수출의 약 13%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내수도 부진해 같은 기간 국내 철강 내수 물량은 3255만1000t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도 내년 철강 수출은 -2.3% 역성장이 예상됐다.

업계의 ‘사중고’가 심화되는 가운데,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가 K-스틸법과 석유화학산업 지원법(석화지원법)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역 경제계는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K-스틸법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와 5년 단위 국가 기본계획 수립을 골자로 한다.

또한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철강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해 보조금·융자·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석화지원법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 근거를 명문화한 법안이다.

이날 소위 통과로 법안은 오는 27일 본회의 통과 여부만을 남겨두게 됐다.

포항지역 정치권도 잇따라 철강산업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포항시의원들은 17일 열린 제326회 임시회에서 K-스틸법 제정과 철강 관세 재협상을 강력히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해곤 의원은 “포항은 1968년 포항제철소 건설 이후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중심이자 국가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로 산업 기반 전체가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1선재공장과 현대제철 포항2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며 지역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경제계 역시 법안의 소위 통과를 환영했다.

한 상공계 인사는 “환율·관세·수요 부진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업계가 사실상 한계 상황에 몰린 만큼, 이번 법안은 포항 철강산업에 최소한의 안전판이 될 것”이라며 “특히 전력비·세제 등 실질적 비용 완화 조치가 포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와중에 원가 부담이 누적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정책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정책·제도 기반이 마련되면 경쟁력 회복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