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매출 83조 돌파… 'AI 거품' 논란에도 사상 최고 실적

데이터센터 매출 512억달러, 전체 90% 차지… 블랙웰 수요 ‘폭발’ 젠슨 황 “AI는 모든 곳에 침투… 거품과는 전혀 다른 세계” 주요 고객 의존도·순환 거래 구조엔 ‘지속 가능성’ 의문 제기

2025-11-20     최서인 기자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엔비디아가 또다시 시장 기대를 웃도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의 정점에 서 있음을 입증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AI 선순환 구조에 진입했다”며 거품 논란을 일축했다.

엔비디아는 19일(현지시간) 발표한 회계연도 2025년 3분기(8∼10월) 실적에서 매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 주당순이익(EPS) 1.30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의 전망치(매출 549억2000만달러, EPS 1.25달러)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한 데이터센터 부문은 5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게임 부문은 30% 증가한 43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전 분기보다는 소폭 줄었다. 전문가용 시각화(7억6000만달러), 자동차·로봇 부문(5억9000만달러)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4분기 전망도 낙관적이다. 엔비디아는 오는 1월 마감 예정인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을 650억달러로 예상하며, 시장 컨센서스(616억6000만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를 제시했다.

황 CEO는 “클라우드 GPU는 품절 상태이고, 블랙웰 판매량은 차트에 표시할 수 없을 정도”라며 “AI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 원스’처럼 모든 곳에 침투해 모든 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거품이라는 말이 많지만, 우리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클라우드 기업의 수요는 여전히 강하고, 공급망도 철저히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국 시장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제로 수준”이라고 언급하면서도, 양국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재진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AI 생태계 내 ‘순환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가 오픈AI, 앤트로픽 등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뒤, 이들이 다시 엔비디아의 칩을 대량 구매하는 방식이 매출을 과도하게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분기 매출의 61%가 소수 주요 고객사에서 발생했다.

고객사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거나 주요 AI 모델 개발사일 가능성이 높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들 기업이 장비 감가상각 기간을 늘려 인위적으로 수익을 키우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킹가이 챈 서밋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실적은 인상적이지만, 고객사의 자본지출 확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순환 거래 구조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 주가는 상승세로 반응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2.85% 오른 186.52달러에 마감한 데 이어,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5% 넘게 올라 196달러를 돌파했다. AMD, 알파벳(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AI 관련 대형주도 동반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