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성이면 감천' 대박 난 구미라면축제
2025-11-20 대경일보
라면 하나라도 잘 끓여 정성스럽게 대접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나들이 나온 가족의 행복과 젊은이들의 낭만도 사로잡았다. 한마디로 주최자들의 사고와 태도의 혁신이 불러온 대박이다.
지난 7~9일 열린 구미라면축제는 최저 7억원대의 예산으로 최대 효과를 거둔 '가성비 축제'다. 큰 돈을 쏟아부은 '돈 잔치' 축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갓 튀긴 라면'은 한 그릇 1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긴 줄이 이어졌다. 요즘 공짜 축제에 익숙한 방문객들이 스스럼없이 지갑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놀랍기도 하다.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갓 튀긴 라면'은 2023년 6만개, 2024년 26만개, 올해는 50만개가 판매되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갓 튀긴 라면을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라면공장에서 바로 생산한 라면을 즉시 공수해 오고, 축제 현장에서 정성을 다해 음식을 제공하고, 먹고 남은 식기들과 찌꺼기들을 깔끔하게 치워줘야 한다.
한마디로 라면 한 냄비 파는데도 손이 많이 가고, 정성이 엄청 들어갔다는 말이다. 마치 우리 어머니들이 자식들을 먹일 때처럼 했다는 뜻이다.
구미라면축제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지역축제의 국제화다. 올해 축제에는 국내외 관광객과 외국인 유학생, 글로벌 유튜버 등 5천여명이 방문하며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지난 경주APEC 때도 확인한 바 세계인들이 우리 한류 문화를 주목하고 있음이 구미라면축제에서도 증명되고 있다.
또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는 '대경선' 철도의 개통을 꼽을 수 있다. 구미라면축제는 대경선 역세권이라는 접근성, 독창적인 콘텐츠, 품질과 가격을 정당하게 책정한 시장 논리 등이 어우러져 대박을 냈다.
무료 행사에 머물렀던 초기 축제와 달리, 이번 축제에서는 방문객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즐기는 방식으로 전환하며 상품 가치를 높였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특색 있고, 깔끔하고, 부담 없고, 가성비 높은 축제가 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뭐니 뭐니 해도 구미시민들의 시민의식이다. 축제 하나 성공하기 위해서도 시장과 공무원, 상인, 시민 할 것 없이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다할 필요가 있다.
구미라면축제는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평범한 진리가 현대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성공 사례가 된다.